<오후여담>이혜민의 '비'

기자 2021. 9. 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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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밖엔 비가 내리죠/ 그대와 나 또 이렇게 둘이고요/ 비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할 말을 잃어 묵묵히 앉았네요'.

해마다 가을이 되면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비와 찻잔 사이'의 앞부분이다.

미국에서 교민 방송으로 크게 성공한 가수 이장희를 본받겠다며 그는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갔다가 결국 2003년 돌아오긴 했지만, 그 지역을 선택했던 것도 비가 자주 오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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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지금 창밖엔 비가 내리죠/ 그대와 나 또 이렇게 둘이고요/ 비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할 말을 잃어 묵묵히 앉았네요’. 해마다 가을이 되면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비와 찻잔 사이’의 앞부분이다. ‘그대 모습 낙엽 속에 있고/ 내 모습은 찻잔 속에 잠겼네/ 그대 모습 낙엽 속에 낙엽 속에/ 낙엽 속에 잠겼어요’ 하고 끝난다. 서도민요 ‘배따라기’를 가요 활동할 때의 이름으로 삼은 싱어송라이터 이혜민(62)이 1982년 첫 독집 음반에 담았다. ‘은지, 빗물이 한 방울 두 방울 거리에 내리잖니’ 하고 시작하는 또 다른 명곡 ‘은지’ 등 그 앨범에 수록된 14곡 모두 그가 작사·작곡했다.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는 음유시인’으로도 불리는 그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 시절을 쓸쓸하고 외롭게 보냈다. 비를 워낙 좋아해서 “비는 내 영원한 주제”라고 밝힌 적도 있다. 강은철이 부른 ‘삼포로 가는 길’을 고교 2학년 때에 작사·작곡했던 그는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를 비롯해, 1984년 제2집 13곡 중의 4곡을 함께 부른 양현경을 1987년까지, 뒤이어 박찬우를 배따라기의 객원 보컬로 영입하기도 했었다. 미국에서 교민 방송으로 크게 성공한 가수 이장희를 본받겠다며 그는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갔다가 결국 2003년 돌아오긴 했지만, 그 지역을 선택했던 것도 비가 자주 오기 때문이었다.

아마추어 가수로 서울 무교동의 한 라이브 클럽에 출연하던 1970년대 후반의 어느 날 그는 예정된 가수가 오지 않아 미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땜질 공연’을 해야 해서,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즉흥적으로 기타를 치면서 신곡을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비가 내리네 그대 떠난 마음에/ 슬픔만이 남았다네/ 견딜 수 없다네 눈물 흐르네’ 하는 노래 ‘그대 작은 화분에 비가 내리네’다. 1981년 제1회 연포가요제 참가 자격이 듀엣이어서 선배인 노근식과 함께 나가, 자작곡 ‘첫사랑은 다 그래요’로 우수상을 받고 공식 데뷔하기 전이었다. 신곡 ‘잠자리’ 등을 담은 정규 앨범 제9집을 지난 5월 발표하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는 “언제나 청년의 마음으로 꿈을 꾸고, 꿈을 노래하며,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노래를 듣기에 더 어울리는 계절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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