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노벨상]'래스커상'까지 거머쥔 코로나 백신 과학자들, 올해 노벨상까지 받을 수 있을까?

이정아 기자 2021. 9. 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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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털린 커리코-드루 와이스먼, mRNA 핵심 기술 연구로 ‘주목’
신속한 백신 개발에 지대한 공헌
英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교수팀, NGS 기술로 유전체 해독에 도움
과학계 일각 “시기상조” 의견도…“변이-부작용 등 추가 분석 필요”

노벨위원회 제공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내달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등 순서로 발표된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수상 후보나 분야에 대한 예측이 이어지지만 적중률은 높지 않다. 해외에는 노벨상 후보를 놓고 확률 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2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항해 인류를 구원한 백신을,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할 수 있도록 이바지한 과학자들의 수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를 재빨리 분석하고 변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게 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 개발자들과,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약 94%에 이르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한 과학자들을 꼽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막대한 인명 피해를 막은 공로다.

1년 안돼 개발된 mRNA 백신 개발자들 수상 가능할까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 개발의 핵심적인 기술을 개발한 커털린 커리코 바이오앤테크 수석부사장(왼쪽)과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 펜실베니아대 의대 제공

커털린 커리코 독일 바이오앤테크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mRNA 백신의 기초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오앤테크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공동 개발한 이 백신은 mRNA에 담긴 바이러스 유전자를 지질나노입자에 실어 사람 세포 안에 넣어 면역반응을 끌어내는 원리다. 

헝가리 이민자 출신인 커리코 부사장은 과거 40여 년 가까이 학계의 관심이나 국가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도, mRNA를 세포로 넣어 면역계가 인식하게 하는 연구에만 매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에야 와이스먼 교수와 공동으로 국제학술지 '면역'에 실은 논문으로 학계에서 처음 관심을 받았다. DNA와 RNA로 어떻게 포유류의 선천면역계를 자극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mRNA 백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또 커리코 부사장은 mRNA 기반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몸속에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뉴클레오사이드를 수정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 특허는 그가 2014년부터 합류한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한 화이자, 그리고 경쟁사인 모더나가 재빨리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2월  로젠스틸 상, 8월 호위츠상에 이어 지난 9일 실리콘 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2 브레이크스루상’까지 거머줬다. 이들 상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대다수가 받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수상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올해 래스커상 수상자까지 수상하게 됐다. 래스커상 재단은 24일(현지시간) 올해 래스커상 수상자로 임상의학 부문에 두 사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래스커상은 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로 1946년부터 앨버트앤메리래스커재단이 기초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거나, 질병의 원인이나 치료법, 예방방법을 찾아 임상과 공중보건에 도움을 준 의학자들에게 매년 상을 주고 있다.  래스커상 수상자 수십명은 노벨상을 수상할 만큼 노벨 생리의학상의 바로미터로 불리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게놈 고속 스캔 기술도 후보군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소속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 교수와 데이비드 클레너먼 교수. 로열소사이어티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소속 샹카르 발라수브라마니안 교수와 데이비드 클레너먼 교수도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독할 수 있는 NGS 기술을 개발해 유력한 후보에 올라있다.  2000년대초 사람 한 명의 유전체를 해독하려면 30억 달러(약 3조 5520억원)가 들었고  시간도 15년이 걸렸다. 하지만 NGS이 개발되면서 이제는 600달러(약 71만원)로 단 1시간만에 한 사람의 유전 정보가 모두 해석되는 시대가 됐다.  이 기술 덕분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가 불과 한달여만에 신속하게 분석됐고 이를 기반으로 백신이 개발이 조기에 착수됐다. 현재는 시시각각 등장하는 새로운 변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물론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노벨상을 받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백신 효과가 다소 떨어졌고, 면역력 지속기간과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해 아직 좀더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2년부터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해온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산하 ISI의 피인용 연구전문가 데이비드 펜들버리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즈고등교육’과 인터뷰에서  “노벨상은 대개 성과를 인정하기까지 20년 이상 걸릴 만큼 보수적이고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도 장기간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외에도 아직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을 쌓은 과학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23일 노벨상을 수상할 만한 전 세계 상위 0.01% 피인용 우수 연구자 16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생리의학 분야는 5명이다. 지금까지 이 명단에 오른 연구자 중 59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 올해 생리의학 분야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국내 한타바이러스 최고 연구자인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칼 존슨 미국 뉴멕시코대 명예객원교수, 장 피에르 상제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명예교수, 히라노 토시호 일본 오사카대 명예교수, 기시모토 타다미츠 일본 오사카대 면역제어연구실 교수다. 이는 피인용 지수를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이므로 mRNA 백신 개발자들의 이름은 없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매년 1월 31일까지 수상 분야별 전문가 3000여 명에게 그해 수상자 후보를 추천받는다. 이후 수차례 평가와 압축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들을 결정한다. 이후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총회(생리의학상)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스웨덴 아카데미(문학상), 노르웨이 노벨위원회(평화상)가 투표로 각 분야 수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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