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유

황예랑 기자 입력 2021. 9. 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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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두 번은 '그 가게' 앞을 스쳐 지나가곤 했다.

정작 '그 가게'는 십수년 전에 찾았던 게 마지막 기억이다.

'그 가게'가 그 가게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살짝 덜컹였다.

엊그제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그 가게' 앞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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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1381호 표지이미지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그 가게’ 앞을 스쳐 지나가곤 했다. 한때 그 옆에 있는 로스팅 커피전문점에 종종 들렀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좋은,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곳이다. 꼭 커피를 마시러 가지 않아도 평일에는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주말에는 아이 손을 잡고 그 길목을 오갔다. 정작 ‘그 가게’는 십수년 전에 찾았던 게 마지막 기억이다.

‘그 가게’가 그 가게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살짝 덜컹였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일본식 주점인 가게 운영이 어려워졌고, 빚이 쌓였고, 직원 수를 줄이다 못해, 가게 주인이 살던 방까지 빼서 월급을 줬는데도 회복이 안 됐고, 9월7일 가게 안에 있는 숙소에서 주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

얼굴도 모르는 자영업자의 죽음에, 얼마 전 ‘사장님’이 된, 가까운 지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해 와인과 맥주를 파는 주점을 연 지인은, 영업시간이 밤 9시로 제한된 뒤로는 하루 한 테이블도 손님이 없는 날이 이어진다며 속을 태웠다. 작은 식당을 개업한 지인은, 둘밖에 안 되는 직원들 월급을 못 줄까봐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일하는 사람 넷 중 하나는 자영업자다. ‘사장님’이라지만, 본인 월급도 잘 챙기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죽을힘을 다해 싸우다 버티다 지쳐, 쓰러지고 있다. 확진자 격리·추적·치료(3T)에는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케이(K)-방역’도 감염병으로 이들의 삶이 집어삼켜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엊그제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그 가게’ 앞을 찾았다. 하얀 국화 세 다발, 신용카드사와 금융캐피털사에서 날아온 우편물이 가게 계단 위에 놓여 있었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쪽지를 남겼다. ‘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 ‘어떤 마음이셨을지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편히 쉬세요’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더 어려운 이웃을 걱정하신 그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그곳에선 고통 없이 행복하세요’….

‘위드(With)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할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루 확진자 2천 명을 넘나드는 유행 상황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이기에,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백신 1차 접종률 70%라는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이것이 곧 ‘코로나19 종식’이나 집단면역의 동의어가 될 수는 없기에, 어쩌면 영원히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계속 함께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세계에는, 버티다 지쳐서 쓰러지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가 함께(With)해야 할 대상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이다. 위드 코로나 대신에 위드 유(With You). <한겨레21> 이번호에서는 코로나19 탓에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위험한 당신에게, 안부를 물었다. 방준호·박다해 기자가 자영업자, 청년, 간호사, 돌봄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성인 1550명에게 실시한 ‘포스트-코로나 국민 인식 조사’ 결과도 단독으로 전한다. 영국의 ‘위드 코로나’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얻어야 할 교훈, ‘방호복 파업’을 벌인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싣는다.

*이번호부터 엄지원 기자가 취재1팀장으로 <한겨레21>에서 함께합니다. 탁월한 글쓰기로 유명한 그와 더불어 <한겨레21>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한가위 특대호 제1381호를 내고 한 주 쉽니다. 독자 여러분과는 한 주 뒤 제1382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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