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화를 고대사로 만들며 동북공정 넘어 전세계 상대로 '전파공정'"

오남석 기자 2021. 9. 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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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재단 사무실에서 최근 중국 역사학계의 도 넘은 ‘고대사 만들기’ 행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 펴낸 김인희 연구위원

“시진핑 이후 국가주의 심화

선사시대 유물 발굴 때마다

신화 속 이야기와 비슷하면

염제·황제 것으로 갖다붙여

中 ‘最古 문명국가’ 주장통해

자신감 갖고 세계에 문화 전파

국제사회서 발언권 강화 꾀해”

“중국에서 보통 ‘사(史)’라고 하면 문헌에 기록된 역사 시대를 얘기하는데, 최근 중국의 ‘고대사 만들기’의 특징은 신화시대를 역사 시대로 만들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동북아역사재단)를 기획하고 펴낸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만들려는 고대사는 결국 중국이 가고자 하는 미래를 말해 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 ‘중국이 인류 문명의 모국이며, 중국이 세계를 이끌 자격이 있다’는 식의 ‘전파공정’으로 치닫는 최근 중국의 행태를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푸른역사)과 ‘또 하나의 전쟁, 문화전쟁’(청아출판사) 등 중국의 애국주의 경향을 비판하는 책을 잇달아 내놨다. 이번 책은 배현준 동북아역사재단 초빙연구원과 심재훈 단국대 사학과 교수, 이유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공동 집필했다.

―인류학 전공자이면서 중국 애국주의 비판서를 잇달아 내는 이유는.

“1990년대와 2000년대 두 차례 약 10년 동안 중국에서 유학했는데, 당시 중국에 비해 지금 중국은 너무 달라졌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국가주의와 애국주의 경향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다만, 나의 비판은 중국인과 중국 사회 전체가 아니라, 공존과 우호를 방해하는 것들에 국한한다.”

―최근 ‘고대사 만들기’의 특징은.

“에릭 홉스봄은 저서 ‘만들어진 전통’에서 ‘현재의 필요에 의해 과거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중국은 염제(炎帝)와 황제(黃帝) 같은 신화 속 인물을 역사 속 인물로 만드는 과정에 있다. 중화민족의 시조를 찾겠다는 건데, 고고학적 유적과 전혀 맞지 않는다. 황제의 경우 기원전 5500년부터 기원전 2000년까지 약 3500년 동안 창장(長江) 이북 거의 모든 지역에 흔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변 고고학자들이 신화 속 이야기와 비슷한 것만 나오면 갖다 붙이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황제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신화 속 인물이라는 얘기다.”

―동북공정 때부터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는데.

“고구려나 발해와 관련됐던 동북공정은 역사 시대를 다룬다. 최근의 ‘고대사 만들기’는 신화시대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한국을 겨냥한 동북공정과는 차이가 있다.”

―시진핑 체제에서 시작된 건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은 중국 전통과 사회주의를 부정하고 서구 민주주의·자본주의를 따르는 것을 ‘문화 허무주의’라고 비판하며 문화정책을 ‘문화 자신’과 ‘문화 강국’이라는 두 축으로 펼쳤다. ‘문화 자신’은 중국 전통과 사회주의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건데, 최근에는 유교를 중심으로 한 전통 사상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이미 들어 있었다는 논리에 이르렀다. ‘문화 강국’은 중국의 사회주의 문화를 전파해 전 세계가 중국을 좋아하게 하고 중국의 발언권을 높이는 것을 추구한다. 이를 위한 전략이 ‘전파공정’이다.”

―이런 움직임을 중국의 ‘국뽕’으로 치부하면 안 되는 이유는.

“중국이 만들려는 고대사는 중국이 가려는 미래를 보여준다. ‘문화 자신’이 국내용이라면, ‘문화 강국’은 국제사회를 겨냥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2년부터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주도하는 신 천하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을 구성하고 있는 중국이 이런 흐름을 보이는 것은 한국 등 주변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내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체제가 연장될 게 확실시되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일단 중국 정부가 대외 정책 기조를 다른 나라와 조화를 이루는 쪽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다만 한국의 일부 네티즌이 한자도 우리가 발명했다고 주장해 중국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문화 도둑론’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런 일도 없어야 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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