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게임 + 생존경쟁 + 19禁.. 전세계서 '흥행잭팟'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66개국서 인기1위… 왜?
- 한국적 놀이문화
뽑기·구슬치기 등 신선한 어필
美포브스“꼭 봐야할 작품”극찬
- 경쟁사회 축소판
사회 약자·철저한 계급사회…
‘기생충’등에서도 통했던 플롯
- 파격적인 설정
적나라한 표현, 오감 끌어올려
국내선 혐오논란‘호불호’갈려
넷플릭스가 지난 17일 공개한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을 향한 글로벌 열기가 뜨겁다. 국내에서는 화제성과 함께 혐오 표현과 표절 논란 등이 불거진 데 반해 해외에서는 거의 전폭적 호응을 얻고 있다. 27일 세계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으로 ‘오징어 게임’은 미국, 스페인, 일본 등 66개국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영상 콘텐츠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 역시 100%고, 전문가들도 호평 일색이다. K-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열광적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징어 게임’은 경쟁이 격화된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다. 456명의 참가자는 살려 발버둥 치고, 게임 진행자들은 “평등한 기회를 부여한다”고 주장할 뿐 그들조차 일꾼(동그라미), 병정(삼각형), 관리자(네모)로 나뉜 철저한 계급 사회에 산다. 또 여성·노인·인종(외국인 노동자·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그들에게 서사를 부여한 플롯은 영화 ‘조커’와 ‘기생충’을 관통했던 세계적인 공동 관심사다. 연출을 맡은 황 감독은 “6개 게임 중 ‘오징어 게임’을 가장 좋아한다. 현대 경쟁 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게임인 것 같아 제목으로 정하게 됐다”면서 “2009년 대본을 완성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감이 든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유년 시절 즐기던 전통 게임 역시 외국인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뽑기’ ‘구슬치기’ 등의 놀이가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진부하고 유치한 소재지만 외국인의 관점에서는 낯설고 그래서 신선하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달고나 뽑기 세트가 33달러에 팔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미국 포브스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꼭 봐야 할(Must-Watch) 작품이다. 선혈과 혼란의 충격뿐 아니라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시리즈”라며 특히 6화에서 구슬게임 중 제시한 ‘깐부’(한 편을 먹은 동료)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올해 본 에피소드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또한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이 보여주는 가족애와 각 등장 인물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는 한국적 정(情)의 정서를 두고 국내 관객들은 ‘신파’라 꼬집지만, 외국 시청자들은 오히려 신선한 감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앞서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김은희 작가의 ‘킹덤’ 시리즈가 한국적인 핏줄의 연대를 그려 폭발적 인기를 얻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봉준호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한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즉 ‘19금(禁)’ 등급답게 파격적 설정과 적나라한 표현으로 오감의 역치를 끌어올린 것 또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넷플릭스의 성공 콘텐츠를 살펴보면 ‘365일’과 ‘섹스 라이프’ 등 19금 일색이다. ‘섹스 라이프’의 경우 ‘3화 19분 50초 보기 챌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위 높은 노출이 화제를 모았고, 현재 ‘오징어 게임’과 함께 전 세계 인기 순위 1위를 다투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역시 19금 콘텐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함께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철저히 개인화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는 ‘욕망을 긍정하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표현 수위 역시 높아지고 있다”면서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기존 TV 기반 콘텐츠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극장가의 위기 속에 유능한 감독들을 OTT 시장에 대거 영입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오징어 게임’의 황 감독을 비롯해 주춤하던 넷플릭스의 부활을 이끈 ‘D.P.’의 한준희 감독, ‘킹덤 외전’의 김성훈 감독 모두 스크린에서 OTT로 주 활동 무대를 바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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