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김선호-신민아 "이 마음 더는 어쩔 수 없어!"[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1. 9. 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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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그리하여 그녀는 어쩔 수가 없게 됐다. 사회적 지위니 성격 불일치니 따위는 더 이상 고려할 가치도 없어지고 말았다.

날길이 15cm 과도가 그녀를 노렸을 때 그는 서슴없이 자신의 몸을 던져 그 칼을 막아냈다. 그러고는 오히려 멍든 그녀의 팔을 걱정했다.

가로등 꺼져 칠흙같은 어둔 골목길, 뒤에선 정체모를 발자국 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옥죄어 올 때 그는 환한 손전등 불빛과 함께 나타나 그녀의 불안을 씻어주었다.

30년 넘게 어색했던 아버지와 대하기 껄끄러운 새어머니가 방문했을 때 그는 남자 친구를 사칭하고 끼어들어 스스럼없는 반말과 격의 없는 태도로 그들 셋이 사실은 화목할 수 있는 가족임을 일깨워줬다.

그녀는 비를 싫어했다. 흐트러짐을 강요하는 질척임과 꿉꿉함을 싫어했다. 그리고 그는 그런 그녀에게 비에 젖는 쾌감과 자유로움을 일러줬다.

몇 달 할부의 부담을 감수하고 장만한 구두가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을 때, 그것이 실은 안정된 고수익 페이닥터로서 자신에게 베푼 마지막 호사여서 더욱 안타까웠을 때, 그는 서핑보드에 올라탔다는 둥, 오다가 주웠다는 둥 부담갖지 말라는 티를 팍팍 풍기며 찾아줬었다.

이 밖에도 그는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 행위의 부질없음을 알려줬고 소셜 포지션의 덧없음도 일깨워줬다. 그리고 그런 세속적 가치란 허물을 벗어던졌을 때 그녀 자신이 얼마나 사랑충만한 여성이자 인간일 수 있는 지를 알려줬다.

그리하여 그녀는 마침내 그를 향해 “좋아해!”라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그도 역시 결국은 어쩔 수 없게 됐다.

척 보기에 비싸 보이는 명품 구두를 한 짝만 들고 그가 던져준 횟집 슬리퍼를 끌며 길잃은 강아지처럼 쭐레쭐레 그의 꽁무니를 따라왔을 때, 장난치다 이빨빠진 동네 꼬마를 제 돈 들여 살뜰히 처치해줬을 때 그녀는 그냥 스치기엔 눈길을 사로잡는 여인이었다.

치과 홍보차 마을 경로잔치를 찾았다가 외부 스피커가 켜진 줄도 모르고 마을 사람 뒷담화를 해놓고는 뒤늦게야 그런 사실을 알고 어쩔줄 몰라했을 때, 그리고 그 실수를 얼버무리지 못하고 일일이 사과를 전했을 때 그녀는 얼마나 진솔했던가.

취하는 법이 없다고 호언장담해 놓곤 만취해 김연아 흉내를 냈을 때, 독거노인의 이불 빨래를 함께 밟았을 때, 목 보호대를 풀고 긴 머리를 묶겠다고 희디흰 목덜미를 드러냈을 때, 치료만 받고 돈 되는 후속조치는 야매 치기공사에 맡긴 얌체 환자를 위해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죽자살자 쫓았을 때, 어둠에 지레 질려 그의 품으로 겁먹은 아기새처럼 뛰어들었을 때, 변태납치범에 피습 후 혼자 자기 두려워 그의 옷깃을 잡고 애처롭게 바라보았을 때, 아!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사랑스러움에 저항할 수 없게 되고 만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서울로부터 밤길을 달려와 마침내 “좋아해!”라 말했을 때 그도 역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이제 더는 어쩔 수 없어!”라고.

26일 방영된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두 주인공 윤혜진(신민아 분)과 홍두식(김선호 분)이 마침내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다. 마음이 마음을 불렀고 각자의 마음이 서로에게 사로잡혔다.

‘친인들 잡아먹는 아이’로 자라 사람들을 도우며 씻어내리고 씻어내려도 씻기지 않던 홍두식의 외로움도 이제는 씻어질만 하겠다.

사진 한 장 속 기억도 아련한 볼 통통한 떼쟁이 여자 꼬마아이와 심통나 볼 부풀린 그 아이를 웃겨보자고 그 앞에서 개다리춤을 추었던 개구쟁이 머슴애는 그렇게 사랑스런 여인, 믿음직한 사내가 되어 깊게 깊게 포옹했다. 의식 저편에 묻어두었던 오랜 그리움, 그로 인한 오랜 외로움, 사는 동안 알 수 없었던 오랜 갈증을 속 후련히 풀어내는 포옹이었다.

김감리(김영옥 분) 여사가 두식에게 건넨 "인생 긴 것 같지만 살아보면 짧다. 쓸데없는 생각 버리고 네 스스로한테 솔직하라”는 조언은 이제 지성현(이상이 분)의 차지가 되게 생겼다. 그런 지성현에겐 그와 오랜 공적 관계를 청산하고 사적 관계로 진전시키고 싶은 왕지원 작가(박예영 분)가 있다.

그런 ‘갯마을 차차차’속 세 주인공은 연기로 말하고 있다. “인생 길지 않아. 시간이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마!”

/zaitung@osen.co.kr

[사진] '갯마을 차차차'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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