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임윤아의 길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1. 9. 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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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임윤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누구나 저만의 길이 있듯, 배우 임윤아도 임윤아만의 길이 있다. 성공의 공식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세운 기준을 따라 걷기. 오랜 시간 대중과 배우로서 함께 하기 위한 임윤아의 길이었다.

최근 개봉된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제작 블러썸픽쳐스)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임윤아는 극 중 준경의 뮤즈를 자처하는 라희를 연기했다.

영화 '엑시트'로 대한민국에 '따따따 따다'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임윤아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기적'을 선택하는데 '엑시트'의 성공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앞선 성공을 답습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기적'을 선택했다는 임윤아다. 임윤아는 "'엑시트'가 잘됐기 때문에 이번엔 이런 작품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가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런 작품이 제가 원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것도 드물다"면서 "'기적' 시나리오를 봤을 때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저는 후회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적'의 무엇이 임윤아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임윤아는 단연 라희 캐릭터를 꼽았다. 영화 '공조' '엑시트' 속 캐릭터와 결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중 가장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의 라희에 끌렸다고. 임윤아는 "비슷한 결이지만, 캐릭터마다 디테일한 성격은 다르다. 디테일이 다른 부분에서 오는 새로움과 지매가 있었다"면서 "라희의 귀엽고 순수한 부분들이 미 워보이지 않고 굉장히 사랑스러웠다"라고 했다. 또한 오랜 시간 다른 시대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던 임윤아에게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도 결심을 굳힌 부분이기도 하다.

극 중 라희는 준경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한다. 주체적인 여성 서사와는 배치되는 서사로 관객들이 아쉬울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임윤아는 다르게 생각했다. 임윤아는 "누군가를 이끌어주고 힘이 돼주는 부분이 너무 멋져 보이더라. 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조금씩 노력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라희만큼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라희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라고 말했다.

사랑스럽다. 당돌하다. 귀엽다. 순수하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라희에 대한 감정을 관객이 그대로 느끼길 바랐다는 임윤아다. 이에 임윤아는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느낀 그대로 라희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기적'의 배경은 1980년대 경상북도 봉화와 영주다.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왔던 경상도 사투리와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임윤아에게 사투리는 버거운 벽이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라희와 작품의 매력에 사투리가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 없었다. 대본이 글자로 빽빽할 정도로, 씻으면서도 사투리 녹음본을 들으며 임윤아는 사투리를 공부하고, 자연스럽게 입에 붙을 때까지 노력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았다. 봉화 출신인 배우 이성민도 극찬할 정도로 임윤아는 자연스러운 사투리로 라희의 매력을 영화에 듬뿍 담아냈다. 어색함 없이 사투리도, 라희와 작품의 매력도 무엇하나 놓치지 않은 임윤아의 노력이 '기적'을 통해 빛나는 순간이었다.

'기적' 속 라희는 우리가 생각하는 임윤아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밝고, 사랑스럽고, 당돌하기까지. 세상 모든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임윤아는 높은 싱크로율에 대해 "이런 캐릭터를 제가 계속 선택하는 것도, 저에게 그런 모습이 있기 때문에 끌려서 선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연기할 때 편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 제가 재밌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이런 캐릭터를 하면 주변에서 '그냥 너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난 이런 모습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역으로 해보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임윤아에게 그런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임윤아도 자신의 모습 중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다는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 임윤아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제가 가진 모습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보여줬던 모습만 크게 느끼실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조'와 '효리네 민박' 할 때 저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의외라고 말씀해주셔서 저는 그게 더 의외였다. 저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모습들이 실제 저와는 다른 모습이 있을 수는 있겠구나 싶었다"면서 "밝음이라는 게 있으면 여러 가지 결이 있지 않나. 다른 결의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룹 소녀시대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슬기로운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임윤아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편견도 임윤아 앞에서는 무색하기만 하다. 소녀시대 윤아로나, 배우 임윤아 모두 대중에겐 '믿고 보는' 부분이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임윤아의 여정을 우리 모두 봐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차근차근 자신의 선택으로 아직 많이 남은 길을 걷고 싶다는 임윤아는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저의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 끝내고 나서 만족감이 크더라"라고 했다. 날로 높아지는 자신을 향한 기대치들에 대해서도 부담스럽게 생각하기보다는 원동력으로 삼으려고 하는 모습마저 임윤아스러웠다. 그렇기에 임윤아의 모든 길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 번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는 것도 좋죠. 그렇지만 제가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기대치를 올리신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같이 걸어가면서 응원해주신다면, 저 정말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기적',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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