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대한민국 어디에도 국민이 산다

김재태 편집위원 2021. 9. 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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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뉴스를 읽다 보면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자연스럽게 따라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거기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이른바 지역색(色)과 관련한 글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볼 때도 그 난데없고 뜬금없는 지역 관련 단어들은 아무런 맥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나타난다.

수도권 주택 공급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선후보라면 더 큰 미래를 보고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새 그림을 그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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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인터넷으로 뉴스를 읽다 보면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자연스럽게 따라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거기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이른바 지역색(色)과 관련한 글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볼 때도 그 난데없고 뜬금없는 지역 관련 단어들은 아무런 맥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나타난다. 대부분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모욕의 언어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지금도, 이 크지 않은 나라 안에서 거의 매일 지역에 대한 편견, 차별과 갈등을 부추기는 언어들이 가시 돋치듯 튀어나온다.

지역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국 단위의 지도자를 뽑기 위해 각 당이 권역을 돌며 후보 경선을 치르는 이 시기는 더욱더 그렇다. 대선후보들은 경선이 열리는 곳에 갈 때마다 해당 지역을 겨냥한 공약들을 경쟁하듯 내놓는다. 그러면서 그 지역과 자신의 친밀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도 빠트리지 않는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충청도에 가서 각각 "나는 충청권의 피"라거나 "나는 충청의 사위"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그런 예다.

대선후보들이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밝히고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는 것을 나무랄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그 지역의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꿰뚫어보고 그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느냐갸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지역을 돌며 균형발전을 열심히 외치지만 그 균형발전은 산업단지 몇 개 더 짓고 기념관을 더 많이 세운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장밋빛 청사진과 함께 호기롭게 출발했던 혁신도시마저 이미 대부분 실패한 마당이다. 지역을 살리려면 과도한 수도권 집중부터 해소하지 않고는 답이 없다. 그럼에도 대선후보들은 그 근본 문제에 대한 담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당장 수도권에 주택이 모자라니 더 많은 집을 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연합뉴스

수도권 주택 공급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선후보라면 더 큰 미래를 보고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새 그림을 그려야 마땅하다. 당장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한 국가의 지도자를 꿈꾸는 이라면 듣기 불편한 말도 대담하게 해야 한다. 두루뭉술한 '말로만 균형발전'이 아니라 어떤 방식의 균형, 어떤 방식의 발전이 우리나라 전체를 살리는 데 적합한지를 용기 내어 딱 부러지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이 시대에 필요한 '통합의 리더십'을 획득할 수 있다.

코로나19 탓에 예전만 못했겠지만 이번 추석 명절에도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났을 것이다.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창밖으로 내다본 시골 풍경들은 평화롭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눈부신 풍광도 찬찬히 살피면 배우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저출생과 수도권 이동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지역경제 위축으로 일자리는 없어 껍데기만 남은 지방의 남루한 현실이 거기에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46.1%가 소멸 위기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와 "벚꽃 피는 순서로 지방경제가 소멸할 것"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꾸 스러져가는 그 황량한 곳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이 땅에서 함께 똑같은 편의와 배려를 누리며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그들이 있어 명절에 고향에라도 갈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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