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왔다..삼성전자, '8만전자' 회복할까
"메모리 업황 부진, 이미 주가에 반영"
"삼전 PER, 글로벌 초우량 기업 중 가장 낮아"
올 들어 삼성전자(005930) 주가의 상승세를 저지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약 1조7000억원어치 사들이고 있다.
‘큰손’ 외국인이 돌아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내내 7만원대에서 박스권 등락을 계속해온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선 위에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현 주가에 대해 대체로 ‘저점’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의 업황 부진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반등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13% 내린 7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지지부진한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던 주가는 15일부터 7만7000원선에 안착한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을 이끌고 있는 것은 외국인의 매수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총 1조7412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동안 단 이틀(9월 7, 10일)을 제외하곤 계속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공매도 역시 크게 줄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공매도액은 12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연중 최대치(8월 13일)인 1365억원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를 밑도는 수준이다.
올 들어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을 고려할 때, 최근 나타난 매수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말까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0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32조600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삼성전자 주가는 9만원선과 8만원선을 차례로 내줬으며, 지난 8월 10일 이후 한 번도 8만원을 넘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8만전자의 안착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은 후 외국인 매물이 전에 없던 규모로 대거 쏟아졌다”며 “향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당시 매도 강도를 고려하면 (삼성전자 주식을) 팔려는 외국인은 이미 대부분 다 팔았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현지 시각)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제목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메모리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사이클의 후반부에 진입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 업체가 누렸던 호황이 내년에는 역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가 나온 이후 미국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등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모건스탠리가 지적한 반도체 가격의 하락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인데, 시장에서는 이미 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같은 우려는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를 넘는 글로벌 기업 중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가장 낮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약 11.6배 수준이다. 테슬라의 PER은 120배에 육박하며, 아마존·엔비디아·페이팔·디즈니 등의 PER은 40~60배에 형성돼있다.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의 PER은 20배가 넘는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는 예상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분기 영업익 컨센서스는 15조4800억원이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잇달아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15조7000억원의 전망치를, 유진투자증권은 16조원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전망치는 16조5000억원이다. 이는 2018년 3분기 영업익(17조6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특히 비메모리 파운드리에 힘입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실적은 상반기에 많이 부진했지만, 하반기에는 TSMC와 함께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5나노미터(nm)칩 생산 수율은 올 하반기 계속 좋아지고 있으며, 개선된 생산 수율을 바탕으로 내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공급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내년 비메모리 매출액이 올해보다 25% 증가한 27조3000억원을, 영업이익이 120% 증가한 3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원식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4nm 공정을 도입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혀나갈 것”이라며 “4nm 공정이 5nm 공정의 파생 공정인 만큼, 생산 수율 확보도 비교적 수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가도 반등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대표주인 엔비디아, ASML, NXP 등이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삼성전자는 부품인 반도체와 완제품인 세트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주가 상승에서) 홀로 소외됐다”며 “3분기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주가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언제 8만원선에 안착할 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2년 연속 상승을 멈추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주가가 저점을 계속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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