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슈퍼매치?'..'영건'들이 있잖아

'우울한 슈퍼매치? 영건들이 있잖아!'

K리그의 대표 상품 '슈퍼매치'는 최근 몇 년새 '그들만의 리그'로 추락한 게 사실이다. K리그 대표적 명가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성적이나 명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볼거리도 줄어들며 흥미는 더 떨어졌다.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2021' 32라운드로 펼쳐진 시즌 3번째 '슈퍼매치' 역시 김 빠진 분위기였다.

홈팀 수원은 하반기 내내 10경기 연속 무승(3무7패)에 허덕이다 이전 강원FC전(3대2 승)에서 간신히 숨을 돌렸지만 불안한 6위로 하위스플릿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 원정팀 서울은 안익수 감독 부임 이후 무패(1승2무)로 조금 나아졌지만, 1부리그 잔류 안정권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였다.

이래저래 우울한 '슈퍼매치', 하지만 그라운드는 뜨거웠다. 수원에게는 하반기 첫 연승으로 지독했던 무기력증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는, 서울은 '감독 교체 약발'을 드높이는 중대 전환점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슈퍼매치'에서 얻은 성과라면, 보이지 않는 부수효과는 말 할 것도 없다.

그 값진 소득을 갈 길이 더 급했던 서울이 챙겼다. '영건' 효과를 앞세워 2대0으로 완승한 서울은 슈퍼매치 통산 95전 37승24무34패로 우위를 이어나갔고, 올 시즌 상대 전적도 2승1패를 기록했다.

특히 안익수 감독의 '슈퍼매치' 데뷔전을 승리로 만든 서울은 안 감독 부임 이후 2승2무로 크게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이번 슈퍼매치의 화두는 '영건'들의 대결이었다. 수원은 '매탄소년단' 멤버 정상빈(19) 김태환(21)을, 서울은 조영욱(22) 강성진(18)을 앞선에 내세웠다.

그간 '슈퍼매치'의 토종 양대 축은 수원 염기훈, 서울 박주영이었다. 염기훈은 슈퍼매치 통산 최다 도움(7개), 박주영은 최다 득점(10골)의 기록을 보유 중인 '산역사'다. 하지만 염기훈은 벤치 대기했고, 박주영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과거 화려한 스타들의 자존심 대결에 익숙해진 양쪽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장면일 수 있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쪽은 서울이었다. 베테랑 기성용이 중심을 잡고, 빠르고 탄탄한 빌드업을 앞세워 수원을 공략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전반 11분 나상호가 페널티에어리어(PA) 좌중간에서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이어 13분 '영건' 조영욱의 슈팅은 수원 골키퍼 양형모의 다이빙캐치에 잡혔다. 1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오스마르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고, 36분 강성진의 강력한 슈팅은 또다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수원은 수세적인 형국을 좀처럼 뒤집지 못했고, 서울은 팽팽한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치열한 '슈퍼매치'답게 거친 몸싸움도 이어졌다.

결국 전반은 소득없는 공방전. 후반에 수원은 반전을 모색했다. 부상 복귀 후 아껴뒀던 권창훈을 투입했다. 권창훈은 교체 투입 3분 만인 후반 17분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는 슈팅을 시도하며 서울을 위협했다.

하지만 서울의 공세를 막지 못했다. 서울의 끊임없는 공격, 결국 결실이 나왔다. 나상호의 강력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후반 18분, 코너킥 키커로 나선 강성진이 �F은 1대1 패스를 한 뒤 크로스를 올렸고, 조영욱이 쇄도하며 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약속된 플레이였다.

조영욱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38분에는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PA를 파고들며 슈팅한 공이 수원 수비수 장호익의 팔에 맞은 것. 후반 40분, 키커로 나선 나상호가 깔끔하게 해결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조영욱은 이날 박주영의 자리를 대신했다. 슈퍼매치 세대교체 주역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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