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언파만파] 대권 후보/어문부 전문기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정당별 경선이 한창이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흔히 '대선 후보', '대권 후보'로 불린다.
대통령 외에 다른 자리를 '대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투영해 온 '절대권력'의 이미지도 '대권'에 담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정당별 경선이 한창이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흔히 ‘대선 후보’, ‘대권 후보’로 불린다. ‘대선’은 국어사전의 풀이처럼 ‘대통령을 뽑는 선거’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대선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나가는 사람” 정도의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대권’(大權)은 다른 무게로 들린다.
먼저 표준국어사전에는 ‘대권’이 이렇게 풀이돼 있다. ‘[법률]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인 국가의 원수가 국토와 국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 이 사전에는 법률용어로서 헌법상의 권한을 뜻한다고 돼 있다. 일상에서 받아들이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에 비해 연세한국어사전은 일상의 낱말처럼 다뤘다. ‘①국가의 우두머리가 나라를 통치하는 법적 권한. 대통령의 권한. ②국가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큰 권력.’ 이 사전의 풀이처럼 일상에선 ‘큰 권력’으로도, 곧 ‘대통령 자리’를 가리키는 말로도 받아들인다. 대통령 외에 다른 자리를 ‘대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투영해 온 ‘절대권력’의 이미지도 ‘대권’에 담는다. 이러한 역사는 짧지 않다.
중국 역사에서도 ‘대권’은 곧 절대적인 권력을 가리켰다. 당나라 역사책인 ‘당서’에서는 “왕도(王都)는 몸, 왕도 근처는 팔, 천하는 손가락과 같다. 이것이 천자의 대권”이라고 했다. ‘대권’이 “천하, 즉 온 세상을 마음대로 하는 권한”이란 뜻으로 일찍부터 쓰인 것이다. 일본의 메이지 헌법에 등장하는 ‘대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헌법의 대권은 헌법상 기관의 참여에 의하지 않고 일왕이 정무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뜻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이는 ‘대권’ 역시 임금의 절대적이고 큰 권력을 뜻했다. “대체 벼슬 주고 녹 주는 것은 임금의 대권이라 신하가 감히 제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니….”(세종실록 8권)
‘대선’과 달리 ‘대권’에는 이러한 왕조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대권 주자, 대권 도전, 대권 후보, 대권 구도’ 같은 표현 속에는 이전 시대의 생각이 남아 있다는 표시다. 이런 표현은 ‘힘’과 ‘권력’, ‘절대적’이란 의미들도 같이 불러온다. 때에 따라서는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헌법의 정신을 따른다면 권력은 국민으로부터만 나온다. 대통령에게 권력을 준다는 표현은 없다. 대통령에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이 있을 뿐이다. ‘대권’은 대통령을 절대권력이 있는 자리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이전 시대의 용어다.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wlee@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50대 김구라 늦둥이 얻었다 “출산 늦게 밝힌 이유있다” [EN스타]
- 귀갓길에 끌려간 10살 소년, 구타와 성폭행에 “평생 고통”[형제복지원 피해자, 다시 그곳을 말
- 이재명 ‘점’ 위치 그렸다는 김부선 “주요부위에 있다”
- 뾰족한 주삿바늘 공포 그만… 착! 붙이는 백신칩 나왔다
- “성형 실패로 신체 기형”…588억 소송 나선 슈퍼모델
- 수갑 찬 채 의정부교도소 탈주한 20대 피의자 자수
- “미얀마 여대생, 체포돼 구타·고문 뒤 음독”…군정, 반군부 20대 총살
- 돈 벌러왔다 돈 때문에 깨진 몽골인들 ‘코리안 드림’
- 한밤중 위층 주민에 흉기 휘둘러 2명 사망…“층간소음 갈등 추정”
- 시신들 크레인에 매단 탈레반 “수염 밀거나 가다듬어도 처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