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일손 구하기 힘든데 '군갑질'에 1년 농사 다 망치네"

박경만 2021. 9. 2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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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통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에서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온 '민북지역 출입영농인'들이 군의 유례없는 출입통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26일 파주시와 민통선 농민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파주 민북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1사단은 올해 초부터 주민과 출입영농인들에게 통일대교에서 인솔해 들어간 사람들을 나올 때도 통일대교까지 인솔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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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사단 과도한 민통선 출입제한에 농민들 반발
28일 통일대교서 기자회견·저속운행 시위 나서기로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농경지에서 농업노동자들이 양파를 심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통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에서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온 ‘민북지역 출입영농인’들이 군의 유례없는 출입통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26일 파주시와 민통선 농민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파주 민북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1사단은 올해 초부터 주민과 출입영농인들에게 통일대교에서 인솔해 들어간 사람들을 나올 때도 통일대교까지 인솔하도록 하고 있다. 파주 민통선 출입영농인은 약 5천명으로 그동안 관할 사단에서 출입증을 받아 일출시간 농사를 지으러 들어간 뒤 일몰시간에 퇴근하는 방식으로 수십년간 농사를 지었다. 그동안에는 하루 최대 10명까지 농업노동자를 인솔해 통일대교를 통해 들어갔다가 일을 마친 뒤엔 인솔자 없이 각자 나오는 방식이었다.

지난 15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 내 한 농장에서 출입영농인들이 군 통제 관련 서명운동과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농민들은 1분만 늦게 나와도 시말서를 쓰도록 하고, 5분 늦게 나온 사례가 세번 누적됐다며 한달간 출입을 정지시킨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군시설과 상관없는 곳을 촬영한 탐방객을 인솔했다고 한달간 출입증을 압수하고, 최근 한 과수농가에서는 농민이 과일 배달을 위해 민통선 밖에 잠시 다녀온 사이 인솔농민 없이 농업노동자들만 있다며 군인 4명이 농장 문 앞에서 감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해당 농장주는 “나라 지키러 군대에 간 이들에게 엉뚱하게 농민들 감시하는 일이나 시키고 있다. 농민에 대한 인권침해이면서 동시에 군의 본래 목적과 무관한 일을 군인들에게 시키는 군 인권침해이기도 하다”고 반발했다.

군은 또 농산물 수확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수농가에는 출입자 명단을 미리 제출해 출입허가를 받도록 했다. 임진강6.15사과원 전환식 대표는 “코로나19로 계절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지 못해 가뜩이나 인건비도 비싸졌고 일손을 구하기 힘든데, 군이 1분1초가 아쉬운 농번기에 사사건건 불필요한 통제를 해 1년 농사를 망치게 생겼다”고 말했다.

민통선 출입영농인들은 ‘민북출입 영농인 군갑질 피해 근절 대책위원회’를 꾸려 28일 오전 7시~8시30분 통일대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의 과도한 통제 중단과 갑질행태에 대한 사과, 인권침해 책임자 처벌, 주민과 상생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농기계 저속운행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농민노동자 출입통제는 강화했지만, 논 습지를 불법 매립한 덤프트럭은 수천대나 무사통과시켜줘 통제 관련 일관성과 원칙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현기 임진강-디엠제트(DMZ) 생태보전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군이 덤프트럭은 아무런 제재 없이 출입시켜 흙먼지 날리며 민통선 안에서 불법행위를 하도록 방치하고는 생계를 위해 수십년 민통선을 출입해온 영농인들에게는 오히려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 내 한 농장에서 주민들이 장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에 1사단 관계자는 “민통선 이북지역은 고도의 군사작전이 시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민간인이 임의로 이동할 수 없도록 관련 법규에 따라 통제되고 있다. 그동안 주민 편의를 위해 입출입 적용을 완화했지만 최근 안보상황을 고려해 규정을 엄격 적용했던 것”이라며 “영농인과 주민의 불편을 고려해 관련 규정 개정을 포함해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파주농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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