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바라본 '전면등교'의 문제

한겨레 2021. 9. 27.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고]기고

오승현 | 17살 남성·서울 강서구

“전면등교를 포함한 등교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방역조치 추진 상황,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 시점 등을 고려하여 2학기 시작 후 단계적인 등교확대를 추진함.” 지난 8월9일 교육부가 발표한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서 간추린 내용이다. 필자는 서울 소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인데, 이 발표 이후 일련의 결과들로 인해 꼼짝없이 전면 등교하여, 바글거리는 급식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점심을 먹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이 70%에 이르게 되는 10월이면 교직원 대부분이 접종을 완료하게 되는 만큼, 전면등교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집단면역이 개별 집단 내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학교는 전체 사회와 다르게 만 18살 미만 청소년의 비율이 높다. 설령 성인의 접종률이 높아 전 국민 기준으로는 집단면역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학교 집단 내에서의 접종률은 그에 비해 낮을 수 있다. 전 국민 접종률을 기준으로 학교의 안전을 판단할 수는 없다.

2021년도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 수는 85만명, 3학년 학생과 고교 교사의 수는 44만명, 13만명이다.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백신 접종의 기회조차 받지 못했으므로 미접종으로 간주하면, 3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100% 접종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내에서의 평균 접종률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중학교는 3학년 학생들이 접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보다 더 낮을 것이고, 이는 집단면역의 형성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이므로, (고3들까지 접종했다 하더라도) 교사의 접종만으로는 학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원격수업이 학습 결손의 원인이 되므로 전면등교를 실시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원격수업은 학습 결손을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원격수업은, 교사들에겐 학생들의 의견을 상세히 살펴보는 방법을, 학생들에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수업을 여러번 다시 들으며 학습하는 수단을 제공해 주는 시스템이다. 가정 등에서 진행되는 원격수업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되기도 하며, 학생 간의 감염 우려가 없는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제공된다. 열의가 있는 교사와 학생이라면 수업 시간을 더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등교수업 기간에 자가격리를 당하면 원격수업 기간과 다르게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또한 필자의 경험으로는 원격수업에선 제한적이나마 진행할 수 있는 조별 수업과 토의·토론 수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아 등교수업 시 딱히 수업의 질이 높은 것 같지도 않다.

혹자는 사회성 증대를 위해 전면등교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초등학생 이하에 대해서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에 단체활동이 제한되는 것은 사회성 발달 저하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들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이 아이들에겐 학교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다만 필자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는 위에서 언급했듯 등교수업에서 거의 모든 조별 수업과 토의·토론 수업이 취소되었다. 또한 교실과 급식실에 들어서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도 금지되어, 제대로 된 학생 간의 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전면등교가 ‘등교 축소에 따른 교우관계 미형성’의 해답이 될 순 없을 것이다.

교육부 발표를 보면 부분등교가 진행되는 시기의 학교에서 학생 감염 중 16%가량이 발생하고, 발생률이 유-초-중-고 순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전면등교를 시행할 시 학교에서의 감염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하다.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디지털 기기의 활용에 익숙한 중·고등학생을 사회성이 제대로 향상될 수 없는 학교 환경에서 사회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등교시킨다는 것,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도 인터넷 강의의 도움을 받는 시대에 등교 수업만을 고집하는 것은 모순이며 오히려 비효율적인 행위임이 틀림없다.

현 코로나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다 해도 모자랄 지경에 , 학생 감염 중 16%밖에 발생하지 않으니 “학교는 지역사회 대비 여전히 낮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으며 학령기 연령의 주된 감염경로가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여 전면등교시켜도 괜찮다는 식의 교육부의 생각은 , 학생들의 안전할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 개별 학교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탁상공론일 뿐이다 .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