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액션] '549G 금자탑' 김영광, "저 할 말 있습니다"고 한 사연은?

신동훈 기자 2021. 9. 2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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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성남FC

[인터풋볼=성남] 신동훈 기자= "저 할 말이 있습니다. 은퇴 기로에 선 날 잡아준 성남이 없었다면 지금 대기록도 없을 거에요."

성남은 26일 오후 4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32라운드에서 강원FC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성남은 승점 34점에 도달하며 9위에 올랐다.

성남 입장에선 내용과 결과를 모두 챙긴 기분 좋은 승리였다. 김남일 감독 부임 이후 성남은 유독 강원에 고전했다. 5번 만나 2무 3패를 기록할 정도로 전적이 좋지 못했다. 직전 경기 수원FC에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성남에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하지만 성남은 초반부터 강도 높은 압박으로 강원을 통제했다.

마상훈이 해결사로 나섰다. 마상훈은 전반 33분과 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득점을 기록하며 2-0을 만들었다. 2실점을 한 강원은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교체 투입된 고무열이 중심이 되어 전개를 펼쳤고 성남 골문을 계속해서 위협했다.

하지만 김영광을 넘지 못했다. 까치군단 수문장 김영광은 안정적인 선방으로 무실점을 지켰다. 계속해서 소리치며 수비 라인과 위치를 조정하는 리더십도 발휘했다. 김영광 활약 속에서 성남은 클린시트(무실점)를 기록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로써 성남은 강등권과의 격차를 벌리며 하위권 싸움에서 우위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김영광에겐 승리만큼이나 뜻깊은 경기였다. K리그 통산 549경기에 도달하며 '라이온킹' 이동국을 넘고 K리그 최다출전 2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영광스러운 대기록을 달성한 김영광은 승리까지 이끌며 자축을 했다. 수훈선수로 지목돼 기자회견장에 온 김영광은 "매번 기록을 세우는 날에 지거나 비겼다. 이번엔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하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이어 "저번 경기 실수가 있어 더 정신무장을 했다. 베테랑이기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애썼다. 팬들의 응원을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집중했다. 549경기나 뛰어 자랑스럽다.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솔직히 언제까지 골키퍼 장갑을 낄지 모르겠다. 매 경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영광 위엔 김병지밖에 없다. K리그 역사상 최고 골키퍼인 김병지는 K리그에서만 무려 706경기를 소화했다. 김영광은 "1위는 절대 깰 수 없다는 걸 안다. (김)병지형 기록을 깨려면 6~7년을 더 뛰어야 가능할까 말까다. 팬들과 주변 사람들이 '너만 깰 수 있어'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도 불가능하다. 병지 형님과 연락은 자주 나눈다. 고마운 분이다"고 김병지를 추켜세웠다.

김영광은 1983년생으로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성남을 넘어 K리그를 대표하는 노장이지만 기량과 몸 상태는 전성기 그대로라는 평가다. 김영광은 "내가 느끼기에 몸 상태가 떨어지지 않았다. 신체적인 부분이 예전만 하지 못하고 하면 나부터 더 이상 뛰는 걸 허락치 않을 것이다. 이 나이에 이 정도로 유지가 가능했던 건 코칭 스태프 분들의 도움과 개인적 노력 덕택이었다"고 했다.

딸을 위해서라도 김영광은 프로 생활을 더 이어갈 모양새다. 김영광은 "딸이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매번 '절대 그만두지 마'라고 한다. 아마 학교에서 자랑을 하면서 아빠가 축구선수라고 어필하는 것 같다. 딸을 봐서라도 하루하루 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도 딸에게 '아빠 몸 상태가 여의치 않으면 그만둬야 한다'고 인지시켰다"고 언급했다.

베테랑 김영광은 성남 동료들에게 메시지도 건넸다. 그는 "정규 라운드는 2경기가 남았다. 솔직히 우리가 좋지 못한 상황에 있어 압박감, 부담이 클 것이다. 너무 몰입하다 보면 실전에서 위축되고 그르치는 경우가 내 경험상 많았다. 그래서 텐션을 높이라고 항상 한다. 기분 좋은 생각, 활발함을 유지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보면 후배들이 잘 따라주는 것 같아 선배로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질문은 없었다. 이대로 김영광 기자회견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이때 김영광은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후 "작년 초에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난 은퇴할 뻔했다. 그때 성남이 손을 내밀었다. 만약 성남이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난 여기에 없었을 것이고 대기록에 내 이름이 오르지도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마음이 정말 아팠을 것이다. 회상을 하니 좀 서글프다"고 전했다.

한동안 말을 하지 않던 김영광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성남에 있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동료들과 팀에 모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팬들이 보내는 끊임없는 격려와 응원은 자극, 원동력이 된다. 확실하게 관리를 하면서 프로 생활을 늘려갈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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