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억 퇴직금, 100억·1000억 배당, 화천대유 요지경 돈잔치

조선일보 2021. 9. 2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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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김지호 기자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에 6년간 취업했던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이 올 3월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들 곽씨는 2015년 곽 의원 소개로 화천대유에 입사, 토지 보상팀에서 대리급으로 일했다. 월급은 230만~380만원이었다. 이를 감안한 통상적 퇴직금은 2000만~3000만원 정도다. 그런데 32세 대리급 직원이 그 수백 배에 이르는 퇴직금을 받았다.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곽씨는 정식 성과급 계약을 맺었고, 업무 과중과 건강 악화에 대한 위로금 성격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납득할 수 없는 얘기다. 화천대유가 6년간 다른 퇴직자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을 다 합쳐도 5억4500만원에 불과하다. 퇴직금이 수백만원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곽 의원 아들에게만 50억원을 주었다. 곽씨는 “나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의 ‘말’일 뿐”이라며 “위에서 시키면 했다”고 말했다. 시키는 일만 한 직원이 어떻게 이런 거액을 받을 수 있었나. 화천대유가 곽 의원을 보고 준 돈 아닌가.

곽 의원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이성문 대표와 대학 동문이다. 김씨와 몇 차례 만나기도 했다. 아들의 화천대유 입사를 주선한 사람도 곽 의원이다. 곽 의원은 “화천대유에 투자하지도 않았고 관여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아무 이유 없이 터무니없는 돈을 줬겠느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화천대유의 돈 흐름은 요지경 그 자체다. 김만배씨 아내와 누나는 화천대유의 자회사 격이자 투자사인 천화동인에 각각 872만원을 출자하고 101억원씩을 배당받았다. 1046만원 투자한 지인은 121억원을 받았다. 화천대유의 핵심 인사인 남모 변호사는 8700여 만원을 넣고 1007억원을 챙겼다. 도박판에서도 보기 힘든 1153배의 돈벼락이다.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 배당금과 분양 수익으로 챙긴 돈은 6300억원이 넘는다. 이들이 출자한 돈은 고작 3억5000만원이다. 겉으론 공공 이익 환수를 위한 공영 개발이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론 화천대유에 개발 수익 상당 부분을 몰아줬다. 이런 특혜를 토대로 일반인은 상상도 하기 힘든 돈을 벌더니 자기들끼리 50억, 100억, 1000억원의 돈 잔치를 벌였다.

곽 의원 말고도 정치권과 법조계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관련돼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고, 그의 딸도 5년간 화천대유에 취업한 뒤 고액 퇴직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월 1500만원을 받고 고문을 맡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검사장, 국민의힘 원유철 전 의원도 고문이나 자문 변호사였다. 이들이 왜 이런 사업에 관여했는지, 숨겨진 이권 관계는 없는지, 화천대유가 어떻게 특혜를 받았고,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립적 특검에 맡겨 온갖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의혹 당사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민주당도 이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라 하고 있으니 특검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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