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망신 '언론징벌법', 더 끌 것 없이 오늘 바로 폐기하라
국내외 비판 여론을 의식해 국회 본회의 상정을 한 달간 미뤘던 언론징벌법 처리 시한이 오늘로 다가왔다. 그동안 여야 ‘8인 협의체’가 몇 차례 회의를 하고, 민주당이 수정안을 내놨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힌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대해 ‘고의·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 보도’ 조항을 빼고 대신 ‘언론의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라는 문구를 넣겠다고 한다.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를 오히려 넓혀 놓은 꼴이다.
손해배상액도 ‘5000만원 또는 손해액의 3배 이내 배상액 중 높은 금액’으로 수정했는데, 5배에서 3배로 낮춘 듯 보이지만 하한선을 5000만원으로 못 박아 최저 배상액을 높이는 꼼수를 부렸다. 그런데도 8인 협의체의 민주당 의원들은 “여러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주장하며 입법 강행을 외치고 있다.
이런 꼼수가 통할 리 없다. 언론징벌법에 대한 우려를 정부·여당에 전달한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국내 언론 간담회에서 “단어 한두 개나 주변부 이슈에 대한 수정으로는 충분치 않다. 과도한 배상 문제는 법제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우려는 비례성 원칙(잘못한 만큼만 책임을 지우는 것)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징벌적 배상을 언론에만 부과하는 것”이라고 악법의 본질을 정확히 지적했다.
입법 보류 기간 국내외 비판 여론이 더 고조되자 문 대통령은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 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입법을 만류하는 듯한 발언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도 “민주당 개정안을 처음 봤을 때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 ‘이렇게 하면 큰일 난다’고 반대했다”고 했다. 주무 장관이 ‘큰일 난다’고까지 고백하는 악법을 무슨 논리로 강행하겠다는 건가. 국격을 추락시키고 국제사회에서 나라 망신 시키는 언론징벌법 문제는 ‘즉각 폐기’ 외에 다른 타협안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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