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화제만발 ‘오징어 게임’

김태훈 논설위원 2021. 9. 2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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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워즈’에서 최고의 반전은 악당 다스베이더와 그에 맞서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부자지간이란 사실이다. 다스베이더는 저항군에 속한 아들의 손목을 광선검으로 가차없이 벤다. 부자간 충돌의 원천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다.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가졌지만 겁이 많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영화 ‘굿 윌 헌팅’의 주인공 캐릭터는 성서 속 영웅 요나에서 따왔다. 고래에 먹히고도 탈출하는 요나가 신의 계시 앞에선 머뭇댄다.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영화 상당수가 이처럼 옛이야기에서 소재를 찾는다.

/일러스트

▶지난 1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고유의 놀이를 소재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오징어’ 등 우리에겐 친숙하지만 외국인들이 보면 낯선 놀이가 여럿 나온다. 이 작품이 한국 드라마론 처음으로 넷플릭스 시청 순위 세계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1위를 꿰차더니 내쳐 유럽·아시아·중동·오세아니아를 휩쓸며 66개 나라에서 최고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적 소재를 동시대 세계인이 공감할 테마와 잘 버무린 것이 흥행 비결로 꼽힌다. 빚더미에 빠진 벼랑 끝 인생들이 거액의 상금을 두고 벌이는 살벌한 경쟁, 게임에서 지면 목숨마저 빼앗기는 자극적인 설정도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인생은 경쟁이 난무하는 전쟁터’ ‘가난한 사람은 부자들이 갖고 노는 장기판의 말’ 같은 주제를 녹였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빚은 공정 이슈도 담았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가게의 인터넷 버전이다. 처음엔 미드(미국 드라마)의 한국 시장 점령 기지가 될 거란 우려가 컸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 반대였다. 우리 드라마가 넷플릭스 망을 통해 세계 190여 나라 안방극장을 실시간으로 공략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단 1주일 만에 ‘톱’이 됐다.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BTS가 일으킨 K팝 열풍도 K드라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미국 영화 ‘디파티드’는 홍콩 영화 ‘무간도’ 스토리를 베껴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 넷플릭스에선 우리 작품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흥행한 한국 드라마 ‘굿닥터’가 미드로 제작돼 넷플릭스 망을 타고 세계로 퍼졌다. 한국산 좀비 영화 ‘킹덤’도 좀비물의 원조인 미국에서 톱 10 안에 들었다. K드라마의 성과가 문학·미술 등 순수예술로도 확장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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