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가능하려면.. 병상·방역인력 늘려 의료대란 막아야

이준우 기자 2021. 9. 2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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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더믹] 10월말 위드코로나 실현하기 위한 조건
지난 8월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지난 주말 2700~3200명대까지 폭증한 일일 확진자 규모가 이번 주에는 추석 연휴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4000명대 이상으로 늘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를 선택해 방역 정책의 고삐를 풀려면 결국 중증 환자·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의료 여건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부에선 ”하루 확진자 수만 명 나올 수도”

24일 발생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3272명)를 기록하자 방역 당국은 25일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확진자 증가에 대해 “아주 최악과 중간 (사이) 정도의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규모”라면서 “추석 연휴 동안 사람 간 접촉 확대로 잠재적 감염원이 더욱 늘어 향후 1~2주 동안은 확진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적어도 2주 정도는 사적 모임을 가능한 한 취소·연기해달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또 “위드 코로나는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급증하지 않고 의료 체계 안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발생할 경우 거리 두기를 단계별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확진자 규모를 어디까지 감당하면서 일상을 회복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다수 전문가 역시 확진자 증가에도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정책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국민 80%가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나면 위드 코로나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 우리도 영국 등 다른 나라와 같이 하루 수만 명의 일일 확진자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두려워 일상 회복을 시작하지 않는 것은 문제 해결을 미루는 것”이라고 했다. 김윤 서울대 교수는 “지금은 거리 두기보다는 접촉자를 추적·관리하는 방역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시기”라며 “50대 이상에 대한 접종 완료율이 충분히 올라가면 다음 달에는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시대 드라이브인 공연 - 25일 오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단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주차장에서 2021광주프린지페스티벌이 드라이브인 공연으로 펼쳐졌다. ‘프린지(Fringe)’는 가장자리나 변두리를 가리키는 단어. 다양한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거리 공연을 벌이는 축제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의료 여건 확충과 방역 인력 확보가 필수

정부가 위드 코로나의 필수 조건으로 내세운 ‘전 국민 백신 접종률 70%’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6일 기준 1차 누적 접종률은 74.1%며, 2차 접종률은 45.2%까지 올라왔다. 다음 달 말이면 충분히 접종 완료율 7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주에도 3000명대 이상 확진자가 계속 발생할 경우 의료 체계에 심각한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일일 확진자가 2500~3000명 수준으로 발생할 경우 앞으로 1~2주 정도는 대응할 병상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더욱 증가할 경우 ‘병실 대란’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당국은 행정명령으로 추가 병상 확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면서 중증 환자·사망자 규모가 증가해 위드 코로나는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25일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중증 환자 병상 976개 가운데 477개(48.9%)가 사용 중이고 499개가 남아 있다. 1000명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서울에선 333개 중 182개(54.7%)가 사용 중이어서 여유 병상은 151개다. 경기·인천도 여유 병상이 각각 97개·37개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하더라도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줄지 않으면 위드 코로나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선별해 추적·관리하는 방역 인력도 현재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고 본다. 일상 곳곳에 감염원이 퍼진 만큼 빠른 ‘접촉자 추적’이 확산세를 잡는 첫걸음이란 것이다. 최근 확진자 중 당국이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사례는 40%에 육박하고 있다. 25일 서울에서 발생한 확진자 928명 중 409명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역학조사관은 45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작년 초 100명 남짓에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네 배 이상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위드 코로나를 앞둔 시점에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역학조사관의 양과 질을 모두 더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역학조사관 중 의사 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은 16%밖에 안 된다”며 “당국이 방역 인력을 충분히 확충할 수 없다면 전문가 그룹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보다 효과적으로 접촉자 추적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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