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서만 보던 'ㅠㅠ' 자막, 드라마에도 등장
남편에게 이혼 통보를 받은 젊은 여성이 부모 앞에서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울음보가 터지면서 발음은 점점 듣기 힘들어진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엉엉” 대사 전달이 힘들어지자, TV 화면에 자막이 올라왔다. 우는 장면에선 휴대폰 메신저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한글 모음 ‘ㅠ’ 를 나열한 자막까지 붙었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 주말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의 한 장면. 지상파 드라마에 자막이 잔뜩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에선 휴대전화 메시지 주고받는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든 말풍선에 메시지를 넣거나(‘쌈, 마이웨이’), 극중 인물의 독백 내용을 서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동백꽃 필 무렵’) 같은 대사를 화면에 자막으로 띄우는 경우 등은 있었지만, 순전히 대사 전달을 위해 자막을 사용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KBS 관계자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도”라며 “극본을 쓴 문영남 작가가 이 장면에선 꼭 ‘자막을 넣자’고 했다”고 말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미 자막으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익숙해진 시청자들 사이에선 “속상하고 억울한 감정이 잘 표현됐다” “눈물 찔끔 나다가 ‘ㅠㅠㅠ’ 자막에 빵 터졌다” 등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자막이 나오는 장면만 따로 편집한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10만(26일 기준)을 넘어섰다.
드라마에서 외국어 대사를 번역해 전달하거나 청각 장애인의 이해를 돕는 수단으로만 받아들여졌던 자막이 더 이상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나 왓챠 등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영어는 물론 한글 자막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글 자막과 함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일부러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는 이들도 많다. 임모(29)씨는 “소음이 많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타고 이동하면서 동영상을 볼 때 한글 자막이 있어야 제대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나 의료계 등 전문직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어려운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자막이 들어간 드라마를 선호한다는 이들도 있다. 고모(25)씨는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tvN)을 재미있게 봤는데, 한글 자막 덕분에 어려운 의학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시청자들은 예능과 웹툰, 유튜브 등 영상과 글자가 뒤섞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방송가에서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로만 받아들여졌던 자막에 대한 금기(禁忌)도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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