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관계 막판 '뒤집기'?.. 정상회담 험로 수두룩

조영빈 2021. 9.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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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입을 빌려 '남북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내비치면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 남북관계를 선순환 궤도로 돌려 놓을 결정적 기회를 맞았다.

김 부부장이 제안한 종전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소통 채널 복원→당국 간 협의→고위급 접촉→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상적 절차를 밟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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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여정 담화에 "면밀히 검토" 신중 입장
정상회담 무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력
北, '이중 잣대' 해결 계속 강조.. 난제 많아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2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입을 빌려 ‘남북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내비치면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 남북관계를 선순환 궤도로 돌려 놓을 결정적 기회를 맞았다.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 운을 띄운 것은 분명한 청신호다. 다만 ‘이중잣대’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변치 않는 북한의 선결 조건을 어떻게 충족하느냐는 여전히 난제로 꼽힌다.

청와대는 김 부부장 담화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6일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반응만 내놨다. 정부는 대신 지난달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으로 중단된 남북 통신선 재가동을 제안했다. 통일부는 이날 “(김 부부장 담화를) 의미 있게 평가한다”면서도 “우선 남북 통신연락선이 신속히 복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제안한 종전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소통 채널 복원→당국 간 협의→고위급 접촉→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상적 절차를 밟자는 것이다. 김 부부장도 담화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한 만큼 양측의 명분만 맞아떨어지면 관계 개선 로드맵은 의외로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현 정부 들어 4번째고, 무대는 내년 2월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유력하다.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을 남북관계 반전의 ‘마지막 승부처’로 여겨왔다. 이런 의중은 이미 올해 4월부터 계속된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을 통해 북측에 충분히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하면 통제가 쉬운 판문점에서 만날 수도 있고, 꼭 대면하지 않더라도 화상회담 역시 가능하다.

임기 말 정상회담이 열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올해 남북관계 주요 일지 및 발언. 그래픽=송정근 기자

문제는 김 부부장이 내건 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담화에서 “우리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증강활동은 대북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과 남조선의 이중 기준”을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군사활동에 사실상 ‘침묵’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미국이 이런 제재 위반 사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간) 김 부부장 담화에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정상회담 자체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회담 성사를 위해 지금껏 고수해온 ‘대북 제재’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는 이야기다. 비핵화 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겉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여지가 커진 것 같다”면서도 “북측이 내민 선택지를 덥석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담화 발표 때마다 이중 잣대를 물고 늘어진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남측의 태도 변화를 4차 정상회담의 1차 판단 근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정부 입장에선 정상회담과 북한 도발 사이에서 균형추를 맞춰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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