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차 TV토론, '대장동 의혹' 특검에 한 목소리..미묘한 차이도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26일 맞붙은 경선 3차 TV 토론회의 핵심화두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었다. 여당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눈 특검 도입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당의 대응 방향 등을 두고는 조금씩 갈라졌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의원은 당 지도부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탈당계를 거부하고 징계할 것을 주문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온도차를 보였다. 곽 의원은 아들이 특혜 업체로 지목된 화천대유에서 지난 4월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날 탈당계를 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윤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대장동 의혹 사전 인지 여부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야당 토론회 집어삼킨 ‘화천대유’
이날 국민의힘 공식유튜브 오른소리와 채널A를 통해 중계된 3차 토론회는 모두발언부터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에 집중됐다. 8명의 후보 중 7명이 모두발언에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언급했다.
특검과 국정조사 등에는 이견이 없었다. 윤 전 총장은 “당장 대규모 특검을 꾸려야 한다”면서 “검찰은 신속히 특수본(특별수사본부)을 만들어 증거인멸을 방지하고 특검에 인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가 있던) 2016년 말처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특검을 하지 않으면 실체를 밝히기 어렵다”면서 “반드시 당이 특검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반드시 특검을 해서 ‘화천대유’ 몸통부터 꼬리까지 털어야 한다”고 했다.
곽 의원이 제출한 탈당계 처리 방향을 두고는 일부에서 중징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탈당을 받아줄 게 아니라 출당, 제명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탈당을 받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더 단호한 조치로 부패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유 전 의원의 질문에 “제명이든 출당이든, 어쨌든 당에서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온도차를 보였다.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해 “화천대유 사건이 심각하게 된 지 오래됐는데 검찰총장일 때 범정을 통한 첩보를 받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전혀 받지 않았다”면서 “제 총장 때는 제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범죄정보 기능을 일선에서 수사하겠다는 것의 검증 (기능)만 남겨뒀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이 거듭 이를 따져묻자 “시스템이 바뀌었다”면서 “홍 후보님 검사하실 때의 말씀인 것 같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그 뒤를 이은 검찰총장은 박영수 특검이 관련돼 있는 (의혹을) 보고받지 않았을까”라고 윤 전 총장을 저격했다. 윤 전 총장측은 논평을 내고 “당내 경쟁 후보에 대한 이런 흑색선전은 금도를 한참 넘은 것으로, 이 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 퇴출돼야 한다”고 맞받은 바 있다.
법조인 출신이 다수 의혹 당사자로 오르내리는 것을 두고도 주자들간 신경전이 오갔다. 유 전 의원은 “박영수 전 특검까지 연루된 것을 보니 이 자리에 계신 판·검사 출신 죄송하지만 우리나라 판검사들이 이렇게 썩었나, 청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일반적으로 판·검사 지칭하는 것은 묵묵하게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이들에 하실 말씀이 아니다”라고 발끈하고, 유 전 의원이 다시 “사건 연루된 판검사 출신 말씀드린 것”이라고 응수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주도권 토론 곳곳에서 충돌
대장동 의혹 외에도 주자별 주도권 토론 동안 외교안보와 부동산 정책과 박근혜 정부 평가 등을 두고 논쟁이 오갔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작전계획 5015(작계 5015) 발동시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물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한미연합작전을 해야 하므로 미국 대통령과 먼저 통화하겠다”고 하자, “작계5015이 되면 미국 대통령과는 이미 협의가 끝난 것”이라고 맞받았다.
윤 전 총장이 이날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면 여부를 두고 “이 정도 고생하셨으면 댁에 돌아가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그럼 왜 (특검 수사팀장 당시) 45년을 구형했느냐”고 윤 전 총장의 국정농단 수사 경력을 거론했다.
유 전 의원과 홍 의원도 박씨의 탄핵 당시 발언을 두고 부딪혔다. 홍 의원은 유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허접하고 단순한 여자였다고, 탄핵당해도 싸다고 했지 않느냐’고 하자 “허접하고 단순하다는 것은 최순실을 보고 한 말”이라고 답했다. 이에 유 전 의원이 “그건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잠시 고성이 오갔다.
윤 전 총장은 지난 대선에 출마한 바 있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공약 말바꾸기’를 지적하고 나섰다. 홍 의원에게는 지난 대선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모병제에 대한 입장을 바꾼 점을 지적했다. 유 전 의원에게는 역시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면서 “철학이 바뀐 것인가, 정치적 유불리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유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재벌 소유구조를 평생 봐왔다”면서 “옛날엔 출총제 강화가 맞고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은 ‘수저세트’, 홍은 ‘세탁기’…이색 소품
이날 토론회에서 대선 주자들은 마지막 순서로 사진이나 소품과 함께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수저 세트를 들어보이면서 “대통령의 밥상에 국민의 수저, 비판 언론의 수저, 여야 정치인 수저를 함께 놓겠다”면서 “무엇보다 대통령의 초법적 지위를 헌법과 법률 틀 안에 돌려놓음으로써 진정한 헌법적 대통령제로 대통령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세탁기 모형을 들고 나와 “지나 대선 때 ‘공정세탁’을 돌리겠다고 했는데 낙선해서 못했다”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부터 대한민국 모든 부정부패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척결하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30년 전 KDI 야구팀에서 친 ‘역전 투런 홈런’을 친 공을 들고 “경선에서 유승민을 다시 생각해달라”고 했고, 최 전 감사원장은 ‘선비의 칼’ 사진을 들고 “권력이라는 칼을 오직 국민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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