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미·중관계사] 청일전쟁과 혁명인물의 등장

오늘날 동북아의 국가 경쟁 구도를 두고 19세기 말의 것을 자주 인용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 간의 라이벌 관계가 이의 주된 단골 메뉴이다. 당시 청나라는 쇠약해졌지만 여전히 강국이었다. 문호개방 42년 만에 제국주의 후발주자로 나타난 일본은 기세를 떨치고 싶었다. 그러면서 양국의 경쟁관계가 시작되었고 그 중간에는 미국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이 구조는 재현된다.

1895년 청일전쟁은 일본이 중국을 식민지화하려는 야욕 때문에 발생했다. 중국은 전운이 감돌 때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동북아에서의 지정학 전략 이유로 미·중과 미·일 간 전략이익의 간극은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은 ‘중립’을 택했다. 미국에게 일본의 팽창보다 러시아제국의 남하가 더 큰 위협이었다. 결국 미국은 일본이 중국의 동북지역과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대항마로 선택했다.

젊은 시절의 마오쩌둥, 쑨원, 쑹자수(왼쪽부터). 출처:위키피디아

청일전쟁에서 중국의 패배보다 중국 근현대사에 더욱 흥미로운 사건이 1894년에 발생한다. 이는 중국 역사를 바꾸는 인물들의 속출이었다. 쑨원(孫文)과 쑹자수(宋嘉樹)가 조우하게 된다. 쑨원은 근대 중국의 국부(國父)이다. 송자수는 당시 상하이의 금융가를 석권한 재력가였으며, 송자매로 알려진 쑹아이링(宋藹齡), 쑹칭링(宋慶齡), 쑹메이링(宋美齡, 장제스·蔣介石의 처)의 아버지다. 쑤칭링은 훗날 쑨원과 결혼한다.

그리고 마오쩌둥(毛澤東)이 출현한다. 마오쩌둥은 백인 선교사들이 쓴 소책자 ‘중국의 절단(The Dismemberment of China)’을 접하고 혁명을 꿈꾸기 시작했다. 중국이 자발적인 개혁 능력이 없기에 외부세계에 의해 문명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들의 주장에 마오쩌둥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혁명의 결의를 다지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일본과 연대해 동북아에서 자신의 전략이익을 수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혁명의 기운을 받고 부상하는 중국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오늘날 중국의 부상을 알아챌 수 없었던 것같이 말이다. 미국은 또 일본과 연대해 중국을 견제한다. 그러나 중국 내에 이를 저항하는 세력은 혁명의 정신으로 무장했기에 쉽지 않은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