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필칼럼] 디지털 시대의 금융포용
현 금융시스템의 경직성 때문
디지털 자산도 제도권 편입 등
양쪽 세상 연결 제도 마련 절실
글로벌 차원의 자산버블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시장 유동성이 흡수될 수 있는 적절한 투자 기회가 부족해서 초래된 것이다. 특히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로 점철된 위기 수습 국면에서는 금융 불균형이 커져 자원배분 기능마저 작동하기 어렵다. 이제 금융 기능을 복원하기 위한 본격적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진행될 경우 복잡한 포트폴리오 재편성 과정에서 위험 기피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그 결과는 축소균형 속의 양극화 심화와 투자 지연, 그리고 중서민층의 퇴조이다.
기존 체제들이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풀뿌리 차원의 새로운 시도가 디파이(DeFi)라고 하는 탈중앙화 금융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반 위에서 적절한 인센티브를 가동시켜 누구나 필요한 금융서비스에 접근 가능함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언텍 경제에서도 낮은 수수료로 무장한 신속하고 고객니즈에 부합하는 금융서비스가 보다 많은 고객에게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디파이 영역에서조차 심각한 위험을 감지하게 된다. 레거시 체제의 외면 속에서 미흡한 담보체계를 배경으로 자체적인 시장 조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연결고리가 간과되고 있다. 전혀 다른 배경 하에서 작동하는 레거시와 디지털 자산의 위험 동조화 현상도 나타난다. 새로운 시도가 대안으로서 검증되지 못하는 현실은 근본적으로 전통 기반의 레거시 체제와 탈중앙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진영 간의 대립적 구도에 기인한다. 양쪽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 자체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핵심 지배구조의 함몰된 시각은 미래 지향적 협업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자산버블을 관리하기 위한 가장 근본대책은 사후 처방 차원의 규제 강화가 아닌 다양한 투자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개방적이면서 포용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과 디파이 영역의 신뢰 기반 구축 노력을 위해 포괄적 규제체계로의 점진적 전환과 같은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강화돼야 한다. 아직은 철저한 분석과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쪽의 세상을 연결해 금융의 지평을 넓혀야 투자기회도 늘어나고 자원배분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범세계적으로 다양한 영역 간의 필요한 연결이 가능해지도록 적격 담보 대상의 범위 확대와 타당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최공필 온더 디지털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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