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북경선 분위기 '정점'..지지자 '응원 전쟁'
이재명 후보 입장하자 명·낙 지지자 '신경전'..일촉즉발 상황 연출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호남권 후반부 전북 지역순회 경선이 열린 26일 전북 완주 우석대학교 체육관 앞 광장은 코로나19가 무색하게 몰려든 지지자들의 응원 열기로 가득 찼다. 순회 경선 시작 약 3시간 전인 낮 12시쯤부터 이미 1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집결해 열띤 응원전과 신경전을 펼쳤다.
오후 2시쯤 후보자들이 속속 도착하자 체육관 앞 광장은 지지자들의 응원 구호로 떠나갈 듯 했다. 어느 후보의 이름도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각자 지지하는 후보를 목청껏 외치면서 후보들 이름이 섞인 탓이다. 응원전이 뜨거워지면서 각 후보 지지자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vs "화천대유!"…명·낙 지지자 '신경전'
일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지지자들은 오전 11시 30분쯤부터 '조국 수호', '우리가 조국이다' 등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지지 응원전을 펼쳤다. 추 전 장관 지지자들은 '미애로 합의봐'와 辛(신)라면의 로고에서 한자를 살짝 바꿔 한글 '추'로 보이게 해 "맵다 추라면! 적폐를 울릴 추가 대통령이라면!"을 힘껏 외쳤다. 일부는 '검찰개혁', '옳았다' 등이 적힌 머리띠를 쓰고 '추풍당당' 풍선을 흔들었다.
일부 김두관 의원 지지자들도 오전 11시쯤부터 행사 현장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기호 2번을 뜻하는 '브이' 피켓을 들고 "흠결없다 김두관"을 연호했다.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는 한 지지자는 "우리 열정은 대단하다"며 "김두관 후보가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선두권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 간 신경전이 특히 눈에 띄었다. 지지자들은 연설회가 진행되는 건물 앞 도로에 니은자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 지사 지지자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바로 옆으로 붙어있게 됐다. 그러자 응원전은 시간이 갈수록 열기를 더했다. 지지자들이 모여들수록 이들은 더 크게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연호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윽고 오후 2시15분께 이 지사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있던 부스 앞을 지나 입장하자 두 후보 지지자들이 "이재명!"과 "화천대유"를 연호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행히 큰 말싸움이나 몸싸움으로는 번지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도 세를 과시했다. 이 전 대표의 이름을 딴 '연'과 '바람개비' 등 특이한 '굿즈'로 눈길을 끌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낙연을 뜻하는 'NY'가 적힌 파란색 모자를 쓰고 이낙연 후보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들은 이 전 대표의 고향인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사랑한당께', '지켜준당께'를 힘차게 외쳤다. '지켜줄게' 팻말을 들고 있던 이미정씨(50·여)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준비된 대통령이다. 정직하고 여러분의 대한민국을 지켜줄 후보는 4번 이낙연"이라며 "이번 호남 순회경선과 2차 슈퍼위크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50대 남성 지지자는 "이낙연이 호남 사람이라 지지하는 이유도 있지만, 어느 후보보다 진심을 가지고 있는 후보"라며 "문재인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하면서 얼마나 잘했냐. 국정운영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누구와 달리 사생활 문제도 없고 본선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후보"라고 애정을 표했다.
바로 옆 기호 1번 이재명 지사 지지자들은 '더불어 원팀으로 정권재창출' 현수막을 내걸고 신나게 춤을 추며 눈길을 끌었다. 청색 마스크를 쓴 이지지자들은 행사장 부스 앞에서 지지자 1명을 중심으로 춤을 추며 "우리가 이긴다",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구호를 외치며 응원전을 펼쳤다.
일부 지지자는 최근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며 'TV조선·조선일보 OUT'을 외치기도 했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면서 어깨춤을 추며 '이재명'을 외쳤다.
19대 대선 경선 당시부터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왕섭(52·광주 북구)씨는 "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관리형보다 세상을 바꿀 개혁적인 인물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 40대 여성 지지자도 "이재명 지사만큼 추진력 있는 사람이 민주당에 어디 있느냐"며 "추진력도 상당히 계획적이고, 논리적이다. 무조건 1등"이라고 거들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현장에서 방역수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지자들은 옹기종기 모여 치킨과 컵라면, 김밥 등을 나눠 먹었고, 심지어는 일부는 음주를 한 뒤 후보 진영 간에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민주당 측에서 배치한 안전관리요원이 있긴 했지만 제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전북지역 경선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누적 득표율 53%로 2위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20% 가까이 격차를 유지했다. 김두관 의원이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해 '이재명 대세론'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민주당 대선 경선은 제주(10월1일), 부산·울산·경남(10월2일), 인천(10월3일/2차 슈퍼위크), 경기(10월9일), 서울(10월10일/3차 슈퍼위크) 순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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