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논란'에도 대세론 굳건..본선 직행 보인다
[2022 대선]
더불어민주당 순회경선의 최대 관심사였던 호남 경선은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26일 마무리됐다. 이 후보는 전날 광주·전남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에게 처음으로 1위를 내줬으나, 이날 전북 경선에서는 54.55%로 압승을 거두며 승기를 굳혔다. 이재명 후보가 누적 득표에서 12만표 가까이 이낙연 후보를 앞서고 있어 ‘대세론’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대장동 의혹’의 전개 여부에 따라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명 쪽 ‘대장동 의혹 영향 없었다’
광주·전남에서 1위를 내줬던 이재명 후보는 전북에서 이낙연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호남 전체에서 득표율 49.7%를 기록해 이낙연 후보(43.98%)를 제치고 누적 과반 득표도 이어갔다. 이재명 캠프 쪽에선 호남 유권자들이 ‘본선 경쟁력’을 고려했다고 분석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실한 후보가 누구인지 전략적 투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가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낸 자신의 텃밭 광주·전남에서 122표차(0.17%포인트)로 신승을 거둔 점을 고려할 때, 이재명 후보가 ‘선전’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이 선거에 영향을 못 미쳤다고 보나’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가짜뉴스와 적반하장으로 세상 민심을 바꿀 수가 없다”며 “결국 팩트가 중요하다. 저보고 화천대유의 실제 소유자가 아니냐고 했는데 그게 잠깐은 효과가 있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 쪽은 대장동 문제가 대선 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 쪽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오히려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얘기해서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실체가 드러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쪽 “당혹스럽지만…흐름 반전될 것”
이낙연 후보는 고향인 광주·전남에서 첫 승을 했지만 전북에서는 다시 쓴 패배를 맛봐야 했다.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 대승해 11만표의 차이를 5만~6만표 정도로 좁힌다는 전략이었지만 호남 전체 투표에선 5.72%포인트 뒤지며(이재명 49.7%-이낙연 43.98%) 격차는 더 벌어졌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전북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다른 결과가 나와서 좀 당혹스럽기도 하다”면서도 “어쨌든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게 있다”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에도 이재명 지사가 굳건했던 데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 쪽의 ‘이낙연이 국민의힘과 똑같은 논리로 공격하고 있다’는 반박이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는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호남이 ‘절묘한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호남 분들이 이낙연을 멈추지 않도록 해주면서 그렇다고 이재명을 죽이지도 않는 아주 절묘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며 “그동안 지고 있던 흐름이 반전돼서 우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이재명 후보 쪽은 더는 오르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선 반환점…2차 슈퍼위크에 관심
핵심 승부처인 호남이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제 관심은 다음달 3일 예정된 ‘2차 슈퍼위크’ 결과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은 다음달 제주(1일)를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2일), 인천(3일)으로 이어진다. 해당 경선들에 걸려 있는 선거인단 수는 제주(1만3천여명), 부울경(6만2천여명), 인천(2만2천여명), 2차 슈퍼위크(49만6천여명)를 포함해 총 67만여명이다. 특히 인천 경선에서는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49만6000여명)이 참여하는 2차 슈퍼위크 결과도 함께 발표된다.
민주당 대선 경선 전체 선거인단 수는 216만여명으로 투표율 70%를 기준으로 보면, 과반 득표를 위해선 74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한다. 광주·전남 경선까지 이재명 후보는 31만9582표를 득표해 이낙연 후보와의 격차를 11만9505표로 벌려놓은 상태다. ‘2차 슈퍼위크’ 결과에 따라 이재명-이낙연 후보의 결선 투표 여부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이어지는 2차 슈퍼위크 선거인단 투표에 ‘대장동 특혜 의혹’이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호남까지 거쳤는데도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이 절반을 넘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승부가 이미 결정 났다’는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낙연 후보는 2차 슈퍼위크를 ‘뒤집기’의 마지막 기회로 삼고 표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 광주전남의 승리에 쉽게 웃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의 결과에 지치지도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2차, 3차 선거인단 투표와 다른 많은 지역에서의 대의원, 권리당원 투표가 기다리고 있다. 제가 여러분을 지키고 우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큰 힘을 모아달라. 이기겠다”고 밝혔다.
서영지 심우삼 송채경화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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