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 쑥쑥' 권순우, 이형택 이후 18년 만에 ATP 투어 우승
[경향신문]
아스타나오픈에서 호주 선수 꺾고
2003년 이후 한국인 2번째 챔피언
권 “세계랭킹 10위 내 진입 목표”
권순우(82위·당진시청)는 자신의 서브가 네트를 넘어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그대로 코트에 누워 얼굴을 감쌌다. 6년의 도전 끝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첫 단식 타이틀을 거머쥔 순간이었다. 한국 테니스에도 무려 18년8개월 만의 경사였다.
권순우는 26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총상금 48만달러) 단식 결승에서 제임스 더크워스(65위·호주)를 2-0(7-6<8-6> 6-3)으로 눌렀다. 2015년 프로 데뷔한 권순우의 첫 우승이었다. 대회 우승 상금은 4만7080달러(약 5500만원)다.
ATP 투어에서 가장 낮은 레벨의 250시리즈 대회지만, 권순우뿐 아니라 한국 테니스에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 그동안 한국 선수의 ATP 투어 단식 우승은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꺾고 우승한 이형택(45·은퇴)이 유일했다. 이 역시 250시리즈 대회다. 이후 호주오픈에서 4강에 올랐던 정현(282위·제네시스 후원)이 2017년 11월 신설대회로 조금 규모가 큰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우승한 사례가 있는데 이 대회는 투어 정규대회가 아니었다.
전날 홈 코트의 알렉산더 버블릭(34위·카자흐스탄)에게 역전승을 거둔 권순우가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1세트도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타이브레이크 끝에 승리했다. 권순우는 타이브레이크 3-6 세트포인트에 몰렸다가 내리 5점을 뽑아내는 근성을 보여줬다. 발빠른 수비와 서브에이스 이후 강력한 리턴으로 듀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권순우는 이어 포핸드 스트로크로 상대를 거세게 밀어붙여 포인트를 추가했다. 세트포인트에서는 상대 백핸드 범실이 나오며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권순우는 2세트 첫 게임인 자신의 서브게임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상대 서브게임을 두 차례 브레이크하면서 승리를 예약했다. 지난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열린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을 뛰고 난 뒤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해 생긴 체력과 시차 부담까지 이겨낸 우승이었다.
권순우는 “사실 이번에 지면 시차 적응 때문에 졌다고 핑계를 대려 했다”고 농담하면서 “다행히 시차나 환경에 빨리 적응했다. 경기 초반 긴장했는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권순우는 180㎝·72㎏의 다소 왜소한 체격으로 국제무대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며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권순우는 올해 개인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인 프랑스오픈 3회전(32강), 이형택 이후 13년 만의 올림픽 본선 출전, ATP 투어 우승 등 한국 테니스에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랭킹 포인트 250점을 받은 권순우는 자신의 역대 최고 랭킹인 57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는 “조금 더 발전해 50위, 20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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