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 풀어줬다고 미·중 갈등 풀릴까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9. 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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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쿼드 첫 대면회의 날 석방…억류 33개월 만에 중국 귀국
중 “승리” 자평…쿼드선 우주 개발 등 중국 겨냥 ‘견제구’
미, 상황 악화 ‘방지책’…중국 기술기업 압박 이어갈 듯

미국의 요청으로 3년 가까이 캐나다에 억류됐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중국으로 돌아갔다. 미·중 갈등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던 멍 부회장이 석방된 날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호주·인도·일본 4개국이 꾸린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날이었다. 멍 부회장 석방을 미·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미국의 양보 조치로 볼 수는 있지만,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압박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현재로선 다수다.

멍 부회장은 25일 중국 정부가 제공한 에어차이나 전세기를 타고 고향인 선전에 도착했다. 붉은 원피스 차림으로 비행기에서 내린 멍 부회장은 “조국이여, 내가 돌아왔다”면서 “지난 3년을 돌아보며 나는 각 개인과 기업, 국가의 운명이 실제로 연결돼 있음을, 조국이 발전하고 창성해야 기업도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국민도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음을 더 분명히 알게 됐다”고 밝혔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법원은 그해 8월 화웨이 관련 회사가 이란에 통신 장비를 제공하려는 시도를 은폐함으로써 이란제재법을 위반한 혐의로 멍 부회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였다. 멍 부회장은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된 상태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아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화웨이를 탄압하기 위해 혐의를 조작했다면서 강력 반발해 왔다. 멍 부회장 미국 송환 요구 중단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이 건넨 ‘개선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미 법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 관련 잘못을 일부 인정하는 대가로 그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하는 기소 연기 합의(DPA)를 이뤘다. 멍 부회장은 체포 33개월 만에 풀려나는 즉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멍 부회장이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지 9일 만에 중국 당국에 체포돼 억류됐던 캐나다인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릭도 25일 오전 캐나다 캘거리에 도착했다. 대북 사업가 스페이버는 군사 장비 관련 사진을 전직 캐나다 외교관인 코브릭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스페이버와 코브릭의 체포 및 기소는 중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멍 부회장 체포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멍 부회장과 캐나다인 2명이 풀려난 24일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의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 첫 대면 정상회의가 열렸다. 쿼드 정상들은 이날 정상 회의에서 코로나19, 기후변화, 반도체 공급망 등에 더해 우주개발, 5세대(5G) 통신망 등을 협력 분야에 새롭게 추가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이라는 모토를 강조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국제법 준수를 옹호하겠다고 밝히며 중국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인근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멍 부회장 석방을 허용한 상세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멍 부회장을 풀어줌으로써 미·중관계의 과도한 악화를 방지하는 완충제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기관지 인민일보는 멍 부회장의 귀환을 “중국 인민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힘이 이런 최종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에서는 이번 석방이 미·중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쑹루정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 “멍 부회장의 석방으로 미·중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가 하나 풀렸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상에 전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화훼이 제재를 둘러싼 미·중 대립 구도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은 멍 부회장 석방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이란 제재 위반 혐의와 관련한 공소는 유지하며 법적 단죄를 받게 한다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국 내 대중 강경파들이 멍 부회장 석방을 중국에 대한 항복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추가로 유화책을 쓸 수 있는 정치적 공간도 별로 없다.

애덤 시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SCMP에 “바이든 정부는 화웨이를 계속 제재할 것이고 중국은 멍 부회장 체포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계속 느낄 것”이라면서 “특히 기술 분야에서 양국의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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