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처절한 '참회록'..윤후명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정연욱 2021. 9. 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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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전해드리는 시간, 오늘(26일)은 윤후명 작가의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를 만나봅니다.

이 긴 소설 제목에는 8, 90년대 유행을 거스른 작가만의 감수성과 파란만장했던 인생, 그리고 무엇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소박한 노력이 담겨 있는데요.

어떤 소설인지, 정연욱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모든 생명은 하나의 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별들은 견딜 수 없는 절대고독에 시달려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많은 별들이 사실은 각자 들리지 않게 음악 소리를 내고 있다.

10대 시절, 시인이 되고 싶었던 작가는 밤하늘을 보며 이렇게 상상했습니다.

[윤후명/소설가 :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가만히 어디 고요한 데 있으면 '왱'하는 소리가 들려요. 나는 '그 소리구나' 이렇게 여겼던 거죠. 그게 음악소리라고."]

나에게 들리는 음악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이유.

각자의 세계가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가까웠던 아버지조차 아들의 꿈을 무시하고 반대했던 현실은 타인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받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를 절감하게 했습니다.

[윤후명/소설가 : "(아버지에게) 회초리도 얻어맞고...또 회유도 당하고. 이러면서도 제가 문학을 안버렸거든요. 어렸을 때는 참 그 세계와 맞부딪혀서 살아가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반대를 물리치고 21살에 기어코 시인으로 등단했고, 33살에는 소설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회고록과 다름없는 이 자전소설은 빛나는 문학적 성취뿐 아니라, 한때 알콜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경험까지 담담하고도 서늘하게 묘사합니다.

[윤후명/소설가 : "형이상학이 없어요. 거기는. 살아남 그 자체야. 죽었던 놈이. 그러니까 그것을 그대로 기록을 해야겠다."]

퇴원 뒤에도 일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밥벌이의 고통에 시달린 끝에 출장 차 떠나게 된 긴 여행.

엉뚱하게도 러시아의 낯선 호숫가에서 여우사냥에 열중하는 현지인들을 쫓아다니며 의욕과 희망을 되찾습니다.

작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던 삶의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윤후명/소설가 : "이렇게도 사는구나. 나도 살아야겠다.하면서 그렇게 뛰어갔던 것이지요."]

당대의 현실을 반영해야 문학으로 인정받던 8, 90년대에도 거꾸로 개인의 감성에 천착해온 작가답게, 자전소설에서도 일관된 서사를 거부하는 파격을 선보였습니다.

[권택영/문학평론가 : "윤후명의 언어가 굉장히 모호하고요. 흩어지고. 전통적인 플롯이 없어요. 고독, 공감이란 존재를 그런 서술형식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어느덧 반세기를 넘긴 문학 인생.

그래도 작가 윤후명은 별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그 시절, 그 마음을 여전히 그리워합니다.

[윤후명/소설가 : "요즘은 시를 쓰고 있어요. 재밌어요. 그때의 약속, 그것을 지켜야겠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임동수 유용규/그래픽:김지혜

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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