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퇴거 위기 80대 할머니 '통합사례관리'로 계속 거주 해결

류인하 기자 입력 2021. 9. 2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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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맞춤형 지원' 성과

[경향신문]

SH, 입주자에 명도소송 제기
할머니, 주민센터 도움 요청
구청 통합관리사 개입으로
법률지원 등 6개월만에
승계자격 얻어 임대차계약

A씨(81)가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를 찾아온 것은 지난 2월이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길음1동 임대아파트에서 18년째 살아왔다. 그런데 3년 전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더 이상 임대아파트에 살 수 없게 됐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한 공공임대아파트는 아파트 명의자가 사망해도 남은 배우자가 계속 살 수 있도록 자동승계가 된다. 문제는 A씨가 남편과 법적 부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40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왔지만 법적으로는 남인 ‘사실혼 관계’였다.

A씨가 길음1동주민센터를 찾았을 때는 이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A씨를 상대로 명도소송까지 진행한 상태였다. 명도소송은 세입자가 퇴거를 거부할 때 집주인이 집을 넘겨받기 위해 제기하는 민사소송이다. A씨 사정이 딱한 것은 SH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법적으로 승계자격이 없는 사람이 3년 이상 장기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도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방법도 없었다.

귀가 거의 들리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A씨는 월세와 공과금까지 체납하고 있었다. 길음1동 주민센터는 “동주민센터 자체 해결은 어렵다”고 판단해, 성북구청 복지정책과 ‘희망복지지원팀’에 A씨 사례관리를 의뢰했다.

성북구 통합사례관리사는 A씨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해 문제를 파악했다.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왕래가 없던 남편의 자녀들에게 연락하고 설득했다. 주변 이웃들과 통장이 A씨의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증인으로 나섰다. 미납 임대료와 관리비는 푸른나눔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명도소송 역시 법률지원을 받아 대응했다.

그 결과 A씨는 지난 8월 자신의 명의로 SH와 임대아파트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통합사례관리사가 개입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성북구는 다만 A씨가 미납한 임대료 중 한 달치는 스스로 내도록 했다. 26일 성북구 관계자는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맞춤형 지원을 할 필요가 있지만, 지원이 당연한 것은 아니란 점을 알리기 위해 본인 책임을 일부 부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원했던 청력검사 및 보청기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성북구에는 통합사례관리사가 5명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최소 8년에서 최장 22년까지 복지현장을 경험해온 ‘베테랑’이다. 아동학대 문제부터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에 오래 종사해온 사례관리사들이 성북구 ‘희망복지지원팀’에서 근무한다. 성북구 관내 3~4개 동을 묶어 만든 5개 권역을 각각 관리하고 있으며, 복지대상자가 개입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이들이 투입된다. 민관이 합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들 역시 사례관리사에게 배당된다.

구청까지 보고되는 사례는 대부분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사례 한 건이 해결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도 소요된다. 법적 분쟁이 엮여 있는 경우에는 사례관리 종료까지 더 걸린다. 자치구 예산으로 지원이 어려운 경우에는 기업이나 사회복지재단에 추천서를 제출해 지원을 연계하는 작업도 이들의 몫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제각기 다른 삶의 문제를 갖고 있는 주민들에게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대상자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복지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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