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악재'에도 과반..이재명, 일주일 후 '조기 승리' 하나
[경향신문]
이낙연 지지세 강한 호남서
5%P 이상 차이로 신승 거둬
‘이길 후보 지지’ 성향 재현에
전북 ‘정세균표’ 쏠림 해석도
2차 국민선거인단 경선하는
내달 3일 ‘과반 확정’ 관심
이재명 경기지사(57)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호남 지역 순회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최종 대선 후보 선출에 한발 다가섰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공세에 시달렸지만 본선에서 이길 만한 후보를 밀어준다는 호남의 전통적 투표 성향이 발휘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에서 10%포인트 격차로 승리하겠다는 계획이 빗나가면서 다음달 3일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 모든 걸 걸게 됐다.
이 지사는 25·26일 치러진 호남 전체 경선에서 5.71%포인트 차이로 이 전 대표에게 신승했다. 이 지사는 지난 25일 광주·전남 경선에서 0.17%포인트(122표) 뒤졌지만, 이날 전북 경선에서 16.07%포인트(6561표)를 앞서 호남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이 지사는 먼저 광주·전남 경선에서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을 절반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이 전 대표의 전략을 막아냈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 전 대표가 전남에서, 40대의 지지세가 강한 이 지사가 비교적 젊은층이 많은 광주 지역에서 우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광주·전남 경선 뒤 기자들과 만나 “광주·전남이 이낙연 후보의 정치적 본거지이기 때문에 상당히 불리할 것이라 예측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한 민주당 의원은 “광주·전남에서 이 전 대표의 신승은 승리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북은 이 지사의 손을 들었다. 이 지사는 전북 대의원 383표, 권리당원 2만1885표를 얻어, 각각 255표, 1만5454표를 얻은 이 전 대표를 16.07%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약한 전북 지역 권리당원 등이 여론조사 추세를 따른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북의 맹주로 평가받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표가 이 지사에게 쏠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때 이 전 대표와 단일화설이 나왔던 정 전 총리는 지난 13일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정 전 총리의 부재로 전북 대의원, 권리당원이 부담 없이 이재명 대세론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를 지지하다 최근 이 지사 캠프에 합류한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이원택(김제·부안) 의원의 영향력도 이 지사에게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호남이 결국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 후보와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본선에서 현재 여론조사상 전체 지지도가 더 높게 나오는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상대적으로 이 지사 표를 적게 잠식한 것도 이 지사의 승리 원인으로 꼽힌다. 누적 득표율 11.86%를 기록했던 추 전 장관은 광주·전남에서 4.33%, 전북에서 5.21%를 얻는 데 그쳤다. 호남의 낮은 투표율(54.90%)도 이 전 대표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49만여명이 참여하는 다음달 3일 2차 국민선거인단 경선에서 승부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1일 제주, 2일 부산·울산·경남, 3일 인천 지역 경선 역시 이 지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3일 결과가 발표되는 2차 국민선거인단 경선에서도 과반을 유지하면, 9·10일 경기·서울 등 후반부 경선은 크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지사는 전북 경선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거만함을 보이고, 겸손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 과반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광주·전남에서 첫 승을 거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광주·전남 경선 뒤 기자들과 만나 “더 큰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2차 국민선거인단에서 이 지사의 과반이 깨지면 30만여명이 참여하는 경기·서울 지역 경선과 역시 30만여명이 참여하는 내달 10일 3차 국민선거인단 경선을 통해 결선투표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이 전 대표는 전북 경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변함없이 희망을 지니고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완주 박광연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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