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연설 - 게리 윌스 [박형준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게티스버그 연설은 278개 단어의 3분짜리 연설이다. 그냥 읽으면 너무 평범해서 ‘아 대통령의 전몰자에 대한 의례적인 추모사’일 뿐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런데 이 연설이 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설의 하나로 꼽히는 것일까? 그 짧은 연설문 속에 미국이라는 국가가 왜 태어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국민은 어떤 의무와 권리를 지닌 존엄한 주체인지를 군더더기 없이 담아냈기 때문이다. 자유 속에서 잉태되고 만인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독립선언문의 명제는 저절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정신을 담고 있는 헌법의 불완전성과 구체적 이해관계 위에 작동하는 현실의 복잡성 때문에 자유와 평등의 이상은 한참이나 유보되어야 했다.
링컨의 위대함은 이상만을 내세우지도 않고 현실의 장벽에 굴복하지도 않고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이상을 향해 결정적 한발을 내디디는 데 있다. 이런 링컨의 정치를 이상적 현실주의 또는 중용의 정치라 부를 수 있다.
독립선언 이후 미국의 이상은 한 가지였다. 즉 만인의 평등한 자유와 국민 주권에 기초한 통합된 국가라는 이상. 게티스버그에서 죽은 수만명의 사람들은 무의미한 전쟁의 희생양이 아니라 신성한 가치를 위해 기꺼이 국민의 의무를 다한 영웅으로 재정의된다. 연방국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신념, 미완의 과업인 자유와 평등을 구현해야 한다는 과업이 남북전쟁을 불가피한 전쟁으로 만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공화국이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는 링컨의 높은 톤 연설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민주와 통합의 위대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상을 그릴 수 있었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만큼 소설보다 재미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과 함께 보면 금상첨화다.
박형준 | 부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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