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역사적 인물들의 질병 추적기

이규화 2021. 9. 26. 19: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역사를 보면 주요 인물의 건강이 역사의 물줄기를 갈라놓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책은 역사적 거인들이 앓았던 질병을 추적한다.

역사 속 인물들의 질병을 추적하는 과정이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펼쳐진다.

탄탄한 의학적 역사적 배경 속에서 풀어내는 질병의 미스터리와 이야기는 지적탐구의 즐거움을 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이지환 지음/부키 펴냄

역사를 보면 주요 인물의 건강이 역사의 물줄기를 갈라놓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흔히 드는 사례가 알렉산더대왕이다. 그가 급환에 걸려 요절하지 않았다면 세계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책은 역사적 거인들이 앓았던 질병을 추적한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질병을 이겨내고 탁월한 업적을 남겼지만,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공통점을 가졌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10명의 천재적인 인물들을 선정했다. 언어학자 세종대왕,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도스토옙프스키, 모차르트, 니체, 마리 퀴리, 모네와 로트레크, 프리다 칼로 그리고 가수 밥 말리다. 이들의 발병 원인, 증세, 투병과정 중에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낭설과 잘못된 정보와 오해가 쌓였다.

역사 속 인물들의 질병을 추적하는 과정이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보다 타당한 근거와 논리로 진단하기 위해 당시 시대상과 의학수준, 발병 과정, 외관상 병증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역사 문헌과 기록, 사진자료와 초상화, 국내외 의학 논문을 망라했다. 저자가 직접 논문을 쓰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강직성 척추염 사례로서 세종을 소개한다. 이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에서 세종의 질환을 다룬 첫 논문이기도 하다.

탄탄한 의학적 역사적 배경 속에서 풀어내는 질병의 미스터리와 이야기는 지적탐구의 즐거움을 준다. 흔히 세종은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한 임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책은 세종이 그저 '하기 싫어서' 운동을 멀리한 게 아니라고 변호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종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허리뼈가 대나무처럼 굳고 합병증으로 포도막염을 일으키는 '강직성 척추염'을 앓았다. 세종도 말타기, 사냥, 격구를 왜 즐기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강직성 척추염이 불러온 통증이 그를 주저앉히고만 것이다.

도스토옙프스키는 심한 도박꾼이었다. 거기에도 그만한 사연이 있다. 그가 도박에 중독된 데는 간질발작이 작용했다. 간질 환자는 보통사람보다 흥분 신경전달 물질이 많다. 그의 도박 중독도 이 같은 흥분 전달물질의 과다분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책엔 이들 천재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배어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