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낮다더니..국민도 "29일부터 대출 대폭 축소"

조희연 입력 2021. 9. 26. 19:15 수정 2021. 9. 2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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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중단·축소 도미노
2021년 대출 증가율 억제선 5% 육박
전세자금·입주잔금 대출 등 줄여
타은행으로 대출수요 풍선효과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문턱 높여
일각 "실수요자 피해우려" 지적
사진=연합뉴스
“다른 은행으로 대출 중단이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이후 ‘대출절벽’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위원회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대부분 은행들은 자체 위험관리 기준에 따라 대출속도를 조절해왔기 때문에 자체 목표치까지 여유가 많이 있다”며 “적정수준의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의 전망은 그러나 채 한 달도 못 가서 공염불이 되고 있다. 은행권 대출제한 조치는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고, 잇따른 풍선효과도 나타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대출을 중단한 지 1개월이 지난 지금, 시중은행의 대출여건은 급격히 악화됐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 1위인 KB국민은행마저 오는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입주 잔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6%로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난 23일 기준 4.31%까지 오르자 증가세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의 창구관리 수준의 압박에 은행들은 계속해서 대출 문을 좁혀 왔다. 앞서 NH농협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전세대출, 아파트 집단대출 신규취급 중단 이후 우리은행도 일부 영업점의 전세자금대출 신규취급을 중단했고, 타행들도 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식으로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다.
그렇지만 은행들의 대출 중단 및 축소에도 아직 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24일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이후 한 달 동안 4조2170억원 불어났다.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를 보면 지난 6월 6518억원에서 7월 3조8237억원으로 훌쩍 뛰어 8월에도 3조8311억원을 유지했다. 이후 농협은행이 대출을 중단했지만 증가폭은 오히려 확대된 모습이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으로 좁혀서 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늘어났다. 6월 -7525억원에서 7월 2조4158억원, 8월 3조2899억원으로 오르더니 지난달 24일 이후 한 달 동안엔 4조1166억원 급증했다.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에 따라 4대 시중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세도 이어졌다.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한 달 동안 1조8936억원 늘었다. 6월 1조5815억원, 7월 1조9727억원, 8월 1조6606억원 늘었었는데, 증가폭이 다시 확대됐다. 4대 시중은행으로 보면 6월 9515억원, 7월 1조5115억원, 8월 1조7899억원 증가한 뒤 지난 한 달 동안엔 1조7663억원 늘어났다. 이로써 4대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99조9149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1위인 국민은행의 대출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로 다른 은행의 대출 여건까지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농협은행 대출중단 이후 4대 시중은행 대출이 늘어났듯,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가 타행으로 옮겨갈 수 있어서다. 다른 은행들이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제한 조치를 늘린다면 대출 문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대출 축소 도미노 현상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함께 실수요자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하려면 줄이긴 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줄이면 꼭 필요한 사람이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12월까지는 3개월의 시간이 남았으니 완만하게 줄여가거나 선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10월 초 출범하는 토스뱅크의 신용대출 최저 금리는 2%대 후반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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