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용 불편 곳곳에.. '유니버설 디자인' 허울뿐 [밀착취재]

장한서 2021. 9. 26. 18: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기 입구가 좁아서 들어가기 너무 힘드네요."

지난달 서울 구로구 구로2동주민센터 화장실 입구 앞에서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이희영(49)씨가 말했다.

서울시가 배포한 '시민 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안내서'에는 관련 법에 따라 장애인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화장실 세면대 양옆에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장애인단체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곳뿐만 아니라 행정복지센터 장애인화장실 대부분이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리모델링 공공화장실 가보니
"장애인 쓰기 편하게" 취지 무색
휠체어로 화장실 문 통과 '빠듯'
좌변기 입구는 더 좁아 이용 못해
市 "공간 한계 있어.. 개선 검토"
지난달 19일 서울시 구로구 구로2동주민센터 2층 화장실 좌변기가 있는 공간 입구가 비좁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희영(49)씨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 입구가 좁아서 들어가기 너무 힘드네요.”

지난달 서울 구로구 구로2동주민센터 화장실 입구 앞에서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이희영(49)씨가 말했다. 그의 수동휠체어 폭은 일반적인 전동휠체어보다 작은 65㎝ 정도였다. 그런데도 구로2동주민센터 화장실 입구는 이씨의 휠체어가 가까스로 지날 만한 크기였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이 이용하는 화장실의 출입구 유효 폭을 9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입구 앞에 놓인 청소용품을 치워가며 이씨가 어렵사리 화장실로 들어갔지만, 내부를 보니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했다. 공간이 비좁아 이동하는 게 어려웠고 좌변기는 입구가 훨씬 작아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서울시가 ‘유니버설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한 화장실이 맞나 싶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 유무나 연령·국적 등과 관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뜻한다.

서울시는 구로2동 주민센터 화장실을 포함해 얼마 전 양천·마포구 주민센터 공중화장실 3곳을 유니버설디자인으로 리모델링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기자가 이씨와 함께 리모델링한 화장실 3곳을 찾아가 보니 화장실 내 휠체어 이용이 어렵거나 세면대에 장애인용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는 등 장애인 배려가 아쉬운 모습이 여전했다.

양천구 신정3동주민센터 화장실은 내부 공간이 구로2동주민센터 화장실보다는 컸지만 전동휠체어처럼 비교적 큰 휠체어로 좌변기를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이씨는 “화장실 바닥 면적 폭이 2m는 넘어야 전동휠체어 이동이 편리하다”며 “전동휠체어 사용자에게는 공간이 좁아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좌변기는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는 센서가 설치돼 있었지만 일부는 작동이 안 됐다. 수동으로 물을 내릴 수 있는 버튼은 좌변기 뒤에 설치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이용하려면 버거울 듯했다.
마포구 망원2동주민센터 1층 화장실 세면대에 수평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은 모습.
마포구 망원2동주민센터 화장실 세면대에는 장애인과 목발 사용자 등 보행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서울시가 배포한 ‘시민 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안내서’에는 관련 법에 따라 장애인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화장실 세면대 양옆에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서울시는 공간적 제약 탓에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유니버설디자인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화장실을 개선하면서 공간적 한계가 있었다”며 “주민센터에 있는 장애인화장실도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곳뿐만 아니라 행정복지센터 장애인화장실 대부분이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2019년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된 전국 행정복지센터 1483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실제 사용이 가능한 곳은 659곳으로 44.4%에 불과했다.

장애인단체는 관련 법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이재근 장애인생활편의시설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사는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법령이 정교하지 못하고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편의시설 설치 예산지원과 관리·감독체계 강화 등 의무 규정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장한서 기자 jhs@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