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창고에 쌓인 폐자원 재활용, 기업에 빗장 풀었다 [재처리 산업이 뜬다]
민간에 매각 허용해 생태계 구축
희귀금속 재사용 새제품 원가절감
환경오염까지 줄여 일석이조
배터리·완성차업체, 시장선점 경쟁
태양광 폐패널은 프레임과 저철분 유리 등의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고, 실리콘과 은·구리 등도 추출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첫 태양광 전문 재활용센터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선순환 체계가 마련될 전망이다.
■폐배터리 자원순환체계 구축
26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전국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4곳(경기 시흥시, 충남 홍성군, 전북 정읍시, 대구 달서구)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거점수거센터에서는 전기차 소유자가 정부에 반납하는 폐배터리를 회수해 남은 용량과 수명을 측정한 후 보관한다.
이 폐배터리들이 내년부터 민간 매각이 허용된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재사용 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되거나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을 회수하는 재활용 업체를 거쳐 LG, SK이노베이션, 삼성 등 배터리 제조사로 판매된다. 그동안 각 지자체에 반납된 폐배터리는 매각이나 재활용 관련 지침이 없어 쌓여있는 상태다. 재활용 업체들은 해외 폐배터리를 수거하거나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발생한 불량 배터리를 수거해왔다. 거점수거센터가 문을 열면 폐자원을 회수해 재활용업체로 공급해 주는 일종의 유통 허브가 되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배터리 재활용에는 회수·보관, 잔여량을 솎아내는 성능평가 등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며 "재활용 생태계 구축에 있어 맨 마지막까지 하려는 게 아니라 초기 단계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4000억원 수준이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40년에는 87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완성차 업체들도 폐배터리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시장 선점에 뛰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배터리사업부를 별도법인으로 떼어냈다.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폐배터리 재활용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ESS 공장을 충북 청주에 세웠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인 성일하이텍 등 국내업체들과 협력 중이다. 포스코는 폐배터리에서 니켈과 리튬 등 희귀광물을 추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폐배터리의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방식인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재사용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 최대 규모 공영 전력 발전사와 손잡고 자체개발한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ESS를 내년 9월 미국 텍사스주에 설치할 예정이다.
■국내 첫 태양광 재활용센터 문 연다
올해 충북 진천군에 전국 최초로 태양광 재활용센터가 문을 연다. '태양광모듈연구센터'는 15~20년 사용 후 수명이 다한 태양광 모듈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연간 3600t의 폐모듈 재활용이 가능하다. 충북테크노파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이 협업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6년 공모를 통해 충북 진천군을 대상지로 선정했다. 태양광 패널은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 알루미늄, 실리콘, 구리 등으로 만들어져 적절한 회수·재활용을 할 경우 최소 80% 이상 다시 활용이 가능하다. 아울러 민간업체 1곳도 2022년 운영을 목표로 연간 2500t을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은 2023년 약 1만t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전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나오기 시작하는 타이밍에 들어갔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만큼 폐패널 발생량도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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