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자유민주주의 힘, 다양성의 잠재력에 있다

박현욱 기자 2021. 9. 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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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29일로 다가온 日 자민당 총재 선거
대중 인기 높은 고노 앞서가지만
새 인물들 등장·정책 논의도 활발
개방적 黨구조의 저력 새삼 실감
[서울경제]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일본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오는 29일 차기 자민당 총재를 뽑는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일찍부터 출마 의사를 밝혔던 스가 총리가 이처럼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와 관련해 국민들의 불만이 크게 쌓이고, 그에 따라 스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졌다는 측면 때문이라고 하겠다. 한 예로 도쿄 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니혼테레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 내각에 대한 지난 8월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35%였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위험 수위라고 알려진 30% 이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진을 표명한 후 실시된 이달 니혼테레비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내려간 31%였는데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오히려 전월의 32%에서 올라간 36%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스가 총리의 퇴진 표명에 대해 ‘당연하다’는 의견이 47%로 ‘불필요했다’는 의견(39%)을 넘었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58%로 평가한다는 비율(35%)을 크게 웃돌았다. 스가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지지율 하락은 10월말 또는 11월 초로 예상되는 중의원 총선거에서 당의 얼굴로 나서야 하는 스가 총리에 대한 회의론을 자민당 내에서 일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스가 총리의 퇴진 표명과 연결된다. 특히 지난달 22일 자신의 지역구라고 할 수 있는 요코하마시장 선거에서 자민당 후보가 패한 것은 스가 총리에게 치명적이었다. 비판이 많았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교체하고 내각을 개편해 반전을 기하고자 한 스가 총리의 시도가 실패한 것도 이러한 연관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가 혼전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파벌들의 지지를 얻어 대세를 형성하는 유력 후보가 부재하고 그에 따라 주요 파벌들 대부분이 구성원을 구속하지 않는 자주 투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투표일을 며칠 앞둔 현재 여론조사에서 최고 선호도를 기록하고 있는 고노 다로 규제개혁담당상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그 전망이 결코 밝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은 지역 기반이 약한 90여 명의 ‘당풍일신회’ 젊은 의원들은 다가올 중의원 총선거에서 당의 얼굴로 활약할 수 있는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고노 의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견 이상의 의원들은 ‘탈원전’ 정책을 주장했던 이력이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의 연대 형성, 그리고 세대교체를 가속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고노 의원에 대해 반감 및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보수 본류를 대표하는 자민당 내 온건파 ‘고치카이(宏池?)’의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이 자신의 파벌 외에도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를 위시한 다수의 파벌들로부터 지지를 확대해나가고 있고, 자신과 정책적·이념적으로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도 의원 표 경쟁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노 의원이 1차 투표에서 의원 표와 당원 표의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최다 득표를 얻었다고 해도 의원 표로만 진행될 2차 결선투표에서는 후보자 간 합종연횡이 추진돼 고노 의원의 승리가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흥미롭게 생각되는 것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점보다는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로운 차세대 인물이 나타나고 정책 논의도 활성화되는 등 자민당의 리더십 충원 구조가 가지는 저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유부단한 측면 때문에 대중적 인기는 높지 않은 기시다 의원이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의 ‘소득 배가 정책’을 낳았던 ‘고치카이’의 저력을 바탕으로 ‘레이와판 소득 배가 정책’을 내놓고, 고노 의원은 최저액의 연금을 보장한다는 ‘보장 연금 구상’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공히 일본 경제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격차 해소를 위한 대응책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부터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돼 어떠한 성과를 보일 것인지는 현재로서 미지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힘이란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될 수 있는 개방적 구조의 잠재력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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