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을 수 없어".. 확진자 폭증 속 시민들은 이미 '위드 코로나'
이종민 2021. 9. 26. 18:06
추석 연휴 뒤 대확산 이유
확진자수 연일 최다 기록 경신
놀이동산·번화가 사람들 몰려
백화점 식당가도 곳곳 대기줄
시민들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거리두기 잘 지키면 괜찮을 것"
자영업자 "긴 방역 너무 지쳐"
확진자수 연일 최다 기록 경신
놀이동산·번화가 사람들 몰려
백화점 식당가도 곳곳 대기줄
시민들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거리두기 잘 지키면 괜찮을 것"
자영업자 "긴 방역 너무 지쳐"
거리두기 간데없어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 쇼핑몰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전날 3000명대에 이어 이날 2700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대확산 우려가 크지만, 시민들은 방역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확진자가 갑자기 확 증가하니까 걱정도 되지만 집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26일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의 경의선 숲길에서 만난 전우성(22)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전한 말이다.
친구들을 만나러 인천에서 왔다는 전씨는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알고 있지만 (사태가) 1년 이상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확실히 경각심이 덜 드는 것 같다”며 “다만 친구도 4명까지 만나는 등 최소한의 방역수칙은 지킨다”고 말했다.
이날 전씨처럼 친구와 연인, 가족끼리 경의선 숲길을 찾는 발길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공원 주변에 늘어선 음식점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맛집으로 알려진 몇몇 식당에는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붐볐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지만 시민들의 방역 긴장감은 느슨해진 모습이다.
전날 마포구 망원동의 한 우동집에 가려던 직장인 양모(29)씨는 식당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저녁 시간이었던 오후 7시쯤 가게 앞에 20명이 넘는 대기 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씨는 “코로나19가 없는 세상 같았다. 사람들이 이젠 (방역을) 포기했구나 싶었다”며 “상황이 심각한데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먹으러 갈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기 과천의 서울대공원에도 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공원 입구가 있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1번 출구에는 음식을 파는 상인과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대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코끼리 열차’를 타는 줄도 길었다. 서울에서 자녀 둘과 함께 온 A(41)씨는 “코로나19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는 밖에서 뛰어놀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개점한 뒤 주말마다 수만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여의도의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는 이날도 많은 사람이 찾았다. 백화점 식당가에는 매장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백화점 관계자는 평소 주말보다는 방문객이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대부분 식당 앞에는 대기 줄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각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한 음식점 앞은 개점 전부터 대기 중인 손님 50여명으로 붐볐다. 친구들과 왔다는 대학생 차모(24)씨는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서 일찍부터 기다리는 중”이라며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고 집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7)씨는 “사람이 많이 몰려 좀 불안하긴 한데, 저는 얀센 백신 맞았고 같이 온 친구도 1차 접종은 마쳐서 별로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임시선별검사소에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오후 2시쯤 서울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는 대기자만 70명 정도 됐다. 같은 반 친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검사를 왔다는 고교생 김모(18)군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주변에서 확진자가 생기니 당황스러웠다”며 “(사람들이) 이제는 다소 무덤덤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벌써 ‘위드(With) 코로나’인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용산역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대기하던 윤모(28)씨는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다녀간 손님이 확진됐다는 소식을 오늘 아침에 들었다”며 “주말에 문을 연 검사소가 얼마 없어서 그냥 내일 받을까 하다가 괜히 불안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짙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영현(56)씨는 “1년 넘게 지속하는 상황에 너무 지친다. 확진자가 폭증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차라리 한 2주 정도 이동을 전면 통제해서 상황을 안정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과천=구현모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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