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도 아이티 난민도..로타리가 돕습니다"

김유태 2021. 9. 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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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우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1960년대 초등학생 시절에
부친 따라 국제로타리 인연
50여년 지나 지난 7월 총재에
"우리 봉사·기부엔 국경 없어
기업·지자체와 협업해 시너지"
서울 사직동 국제로타리 3650지구 사무실에서 만난 서창우 총재. 한국파파존스 회장인 그는 "봉사는 나의 천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환 기자]
1960년대 어느 날 부친의 손을 잡고 한 봉사기구를 빈번히 방문하던 초등학생이 있었다. 봉사정신을 배우며 성인이 된 아이는 약 30년이 지난 1992년 그 기구에 정식으로 가입한다. 그리고 다시 30년 가까이 지난 2021년 기구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다. 기구 조직이 변화하는 긴 세월 동안 한 꼬마가 총재로 성장할 때까지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피자 브랜드 한국파파존스 회장인 서창우 국제로타리 3650지구(서울) 총재(63) 얘기다.

지난 7월 취임한 서 총재가 이끄는 3650지구가 서울 강북 독거노인의 집을 리모델링하는 '로타리 하우스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23일 사직동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경 없이 다양한 봉사를 진행 중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분들의 집 문제처럼 시급한 일이 없더라고요. 내년까지 집 100곳을 고쳐드리는 것이 목표예요. 복지 사각지대를 향해 우리 '로타리안'들이 적극 앞장서려 합니다."

국제로타리 3650지구가 '로타리 하우스'를 추진하는 이유는 이렇다. 토지나 주택을 보유한 독거노인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자녀들이 부모 집을 담보로 이미 대출을 일으키고도 상환 능력이 없는 이가 상당수다. 어려운 형편에 채무 상태가 나빠지는데 거동까지 불편하니 소득이 있을 리도 없다.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반지하나 투룸에 가보면 청소도 못하고 집이 낡아 살기 힘들어하세요. '무자식이 상팔자라더니' 전국에 이런 분들 정말 많습니다. 대학생 봉사단과 연계해 집안 곰팡이를 제거하거나 벽지를 새로 갈고 집기를 고쳐드리는 등 최소한의 독거노인 거주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해요."

서 총재가 이끄는 국제로타리 3650지구는 회원 2400명이 활동하는 서울 104개 클럽의 연합이다. 1927년 한국 최초로 경성로타리클럽이 만들어졌고 1961년 전국 12개 클럽이 모여 지구가 형성됐다. 3650지구에는 국경이 없다. 로타리 하우스와 같은 국내 봉사뿐 아니라 소아마비 백신 보급, 난민 지원 등 해외 봉사와 기부도 실천 중이다.

3650지구는 26일에는 아이티 난민을 위한 구호기금과 약품을 국제로타리 미국 플로리다지구에 보내기도 했다.

"산불이 크게 난 터키에 자금을 보내달라고 터키 로타리안에게 연락이 와서 본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가톨릭여성연합회와 함께 서울에 들어온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돕는 방안도 모색 중이고요.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장애우와 함께 달리는 블루마라톤 등 더 많은 활동을 했을 텐데 아쉬워요. 내년을 기약해야죠."

서 총재는 스페셜 올림픽 단장도 오래 맡았다. 신체장애인이 선수로 출전하는 패럴림픽과 달리 스페셜 올림픽은 지적발달장애인들이 참여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대회다. "단장으로 임하며 전율하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고 서 총재는 회고한다. 열 발자국을 혼자 걷기도 힘들었던 한 소녀가 다음 대회에서 탁구채를 들고 뛰어다니던 모습이 선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 소녀 선수를 정말 잊을 수 없어요. 대회 때마다 종목을 바꿔 참가하는데, 머리 색깔이 보라색 빨간색 푸른색으로 매번 다른 거예요. 왜 저렇게 튀는 색깔을 골랐나 궁금해하니 부모님이 '외국에서 아이를 잃어버릴까봐 컬러 염색을 했다'더군요. 부모 마음 다 같지 않겠어요? 그 아이가 탁구채 들고 코트를 뛰어다니는데 정말 감동했어요."

서 총재는 국제로타리 3650지구의 봉사활동을 기업·지역사회와 협업하는 형태로 재편성하겠다는 포부다. 로타리안들은 오랜 기간 자력으로 혼자 봉사를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일반 시민들이 국제로타리 활동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성경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지만 더 알리는 것이 시대정신인 것 같아요. 지역사회나 기업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합니다. 많은 시민이 로타리안을 기억해주시면 하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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