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오징어 게임' 아직 안보셨습니까

정순민 입력 2021. 9. 26. 18:04 수정 2021. 9.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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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오징어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마도 이 놀이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작품 공개에 앞서 "우리는 왜 이렇게 목숨을 걸다시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이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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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놀이방식은 대동소이했지만 어디선 '오징어 달구지'라고 했고, 또 어디선 '오징어 포' '오지어 땅콩'이라고도 했다. 그냥 '오징어'라고 하는 곳도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 서남부 지역에선 그걸 '오징어 가이상'이라고 불렀다. 오징어라는 이름이 들어간 건 흙바닥에 그린 모양이 오징어 형상을 하고 있어서였을 테고, 가이상이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게임의 룰 때문에 일본말 가이센(會戰·양편이 어울려서 싸운다는 뜻)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오징어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마도 이 놀이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모(△)와 네모(□) 그리고 동그라미(○)로 형상화한 원색의 레터링과 동화적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다른 추억의 놀이들, 이를테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뽑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같은 놀이들도 나 같은 4050 시청자들에겐 유인요소가 될 만했다.

하지만 이것뿐이었다면 1편부터 9편까지 내리 드라마를 관람하는 '정주행'은 가능하지 않았을 터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이 '오징어게임'에 환호하는 것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박터지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떤 땐 적나라하게, 또 어떤 땐 은근슬쩍 은유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좀 과장되긴 하지만 이정재가 연기한 456번이나 박해수가 연기한 218번의 처지가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드라마에 대해 "창의적 설정으로 가득한 작품"이라며 "여기에는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의 절망을 먹이로 삼는 것에 대한 메타포가 있다"고 평가했다. 씁쓸하지만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드라마가 설계한 게임의 법칙과 적자생존의 논리가 우리 사회를 비교적 적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작품 공개에 앞서 "우리는 왜 이렇게 목숨을 걸다시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이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한 바가 그것이었다면 일단 작품의 의도가 잘 전달된 셈이다.

성공한 콘텐츠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게 마련이다. 지금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선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초록색 운동복과 달고나 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본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서바이벌 장르물이 주는 재미든, 사회비판적 드라마가 제공하는 의미든 말이다. 아직 '오징어게임'을 못 보신 분들은 오랜만에 OTT에 접속해보길 권해드린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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