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대학 '학석연계'로 구직·구인난 해소하자

여론독자부 2021. 9. 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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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4차산업혁명시대 새 인재상 요구
대학, 학·석사 5.5년 이내 마치는
'전공+인공지능 교육' 활성화 필요
정부는 장학금 등 재정지원 나서야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서울경제]

청년 실업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대학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치다. 대학 전공과 졸업 후 근무하는 업종·직무의 불일치 비율은 통계에 따라 30~50%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불일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인공지능(AI) 등 전혀 다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이른바 ‘와해적 혁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청년 취업난은 심각하다고 하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들려오는 상황인 것이다. 기존의 인재 양성 및 배출 방식으로는 변화에 따른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와 교육 내용의 일치도를 높여나갈 해법으로 ‘학석 연계(학사+석사)’의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학석 연계란 학부 4년을 완전히 마치고 석사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학·석사를 묶어 도합 5~5.5년에 마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해외 명문대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운영해오는 방식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X+AI’, 즉 희망하는 전공(X)을 학부 과정에서 잘 이수하고 대학원에서는 AI를 공부하는 학석 연계 과정이다. 지금까지의 학석 연계 과정은 주로 학사와 석사를 동일 전공으로 이수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앞으로도 이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계속 그렇게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전공(도메인) 지식의 탄탄한 기반 위에 AI 지식을 겸비한 능력을 요구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X+AI가 필요하며 학부 과정에서 전공을 튼튼히 하고 바로 AI 석사과정을 1년여간 이수하면 두 영역 모두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경험이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을 학부에서 3.5년 이수하고 바로 석사 1.5년을 AI 전공으로 마치면 자동차 회사에 취업해 자동차와 AI 융합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학부에서 전공하고 AI와 결합할 경우 독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기사를 선별해 제공하는 추천 시스템을 개발할 수도 있다.

학부에서 AI를 전공하고 석사에서는 일반 전공을 이수하는 것(AI+X)도 가능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다. 학부에서 AI학과를 설립해 이들이 산업 현장에 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무엇보다도 학과 신설, 학부 정원 조정이 쉽지 않다. 게다가 학부에서 AI를 전공한 학생들은 AI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바로 전문 인력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AI+X 인력 양성은 쉽지 않다.

X+AI 학석 연계를 통해 배출된 인재들은 경력상 유연성이 뛰어나 전공 관련 일자리는 물론 관련 분야의 AI 인재 채용에도 응시가 가능하다. 정규교육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양한 비교과 활동이나 단기 집중 교육을 통해 보강도 가능하다. 성균관대가 여름방학을 다른 대학에 비해 2주가량 늘려 방학 기간에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도전학기’가 좋은 사례가 되겠다.

이렇게 운영하는 데 제도적 뒷받침은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국가적으로 X+AI 인력이 매우 필요하므로 한시적으로 전체 석사 정원의 10% 정도 추가 정원을 인정해주면 각 대학들이 X+AI 과정을 개설하기 용이하다. 학석 연계 재학생도 석사과정 재학생으로 계산되는 현재 방식을 개선해 대학원 정원 운영상의 어려운 점을 해소해준다면 더욱 좋겠다. 더욱이 동일 대학에서 학석 연계를 하게 되므로 지방대 학부생이 서울·수도권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학부 4년+대학원 2년으로 석사를 취득하는 기존 체제를 벗어나 3.5+1.5를 통해 X+AI 영역에 많은 인력을 단기간에 배출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제도 마련을 장려하고 필요한 인프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마련한다면 산업에서 요구하는 AI 인력을 충분히 길러낼 수 있다. 인력 양성에 요구되는 교수·교육과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대학 간 디지털신기술혁신공유대학 사업 등 자원 공유를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확대하면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다. X+AI를 이수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장학금 등 재정 지원까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X+AI로 본인의 탄탄한 전공 소양에 더해 AI 활용 및 접목이 가능한 인재가 많이 배출된다면 구직·구인난 문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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