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발 요청 5건 중 1건 '시효 만료'.. "공정위, 늑장부리다 면피"

안용성 2021. 9. 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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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고발을 검토하라"며 조달청에 보낸 입찰 담합사건 가운데 20% 이상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조달청으로 보낸 입찰 담합사건 132건 중 27건이 공소시효 만료로 의무고발 요청 자체를 할 수 없는 사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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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고발제 사실상 유명무실
조달청 입찰 담합사건 20% 해당
공정위 공소시효 넘겨 마무리땐
검찰 의무고발 자체가 성립 안돼
"공소시효 확대 등 법 개정 시급"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고발을 검토하라”며 조달청에 보낸 입찰 담합사건 가운데 20% 이상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나 애당초 검찰 고발이 불가능한 사건임에도 조달청 측에 고발 요청을 통보한 셈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가 늑장조사로 사실상 사건이 종료처리됐음에도 ‘면피성 요청’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조달청으로 보낸 입찰 담합사건 132건 중 27건이 공소시효 만료로 의무고발 요청 자체를 할 수 없는 사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사건의 20.5%에 달한다.

공정위가 조사한 조달청 입찰담합 사건 중 공소시효 만료로 고발하지 못한 건은 2016년 15건 중 2건(13.3%), 2017년 28건 중 3건(10.7%), 2018년 28건 중 9건(32.1%), 2019년 31건 중 3건(9.7%), 2020년 30건 중 10건(33.3%)으로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공소시효가 만료된 채 사건을 넘기는 게 5건 중 1건꼴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늑장조사로 인해 의무고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의무고발제는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의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한 장치로, 조달청이나 중소벤처기업부·감사원 등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에 검찰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무조건 따르도록 한 장치다. 하지만 담합사건 조사 주체인 공정위가 공소시효를 넘겨 사건을 마무리하면 의무고발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 담합 등 부동 공동행위는 입찰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공정위는 입찰일이 2015년 6월2일인 ‘부산교통공사 발주 화장품 점포 임대 입찰담합’(사업비 28억원) 사건의 경우에는 공소시효 만료일을 3일 남겨둔 채 조달청에 사건을 보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PHC파일 구매 입찰 담합(사업비 83억원)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고발요청을 검토하라며 사건을 넘겼다.

공정위의 공소시효 만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에는 자동차를 해상으로 나르는 국제노선을 나눠 먹는 식으로 담합해온 글로벌 운송담합을 조사한 공정위가 공소시효를 15일가량 남긴 상태로 검찰에 고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업체의 담합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상태였다. 당시 검찰은 공정위의 늑장고발을 문제로 삼고 전속고발제 폐지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민형배 의원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을 알면서도 조달청에 사건을 보낸 공정위의 행태는 얼마나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요식행위로 이뤄지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어 “공정위가 사건을 검토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지만, 조달청이 의무고발요청제도에 의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고발요청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문제”라며 “담합사건에 대해서는 고발 공소시효를 늘리는 등의 관련 법률안 개정을 통해 의무고발요청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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