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중 5개가 ETF"..서학개미, 고변동 장에서 분산 투자 택했다

노자운 기자 입력 2021. 9.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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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hares UltraPro QQQ ETF', 한 달 순매수액 2000억원

최근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임박하고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파산 위기에 놓이며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주식을 직접 사기보다는 ETF를 통해 분산 투자하는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 10개 중 5개가 ETF였다.

일러스트=정다운

이 기간 순매수액이 가장 컸던 종목은 ‘ProShares UltraPro QQQ ETF’다. 한 달 동안 순매수 금액이 총 1억7075만달러(2011억원)에 육박했다. 미국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들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로,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테슬라·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의 보유 비중이 높다.

이 ETF는 지난 5월부터 꾸준한 가격 상승을 지속해왔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90달러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이달 7일 장중 한때 153달러까지 올랐다. 넉 달도 안 돼서 7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서학개미 순매수액 4위에는 ‘S&P500 ETF Trust’가 이름을 올렸다. 한 달 간 총 9041만달러(1065억원)의 순매수 금액을 기록했다. 이 펀드 역시 애플에 가장 많이 투자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페이스북·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를 많이 보유했다. 버크셔해서웨이와 JP모건 등에도 분산 투자하고 있다.

‘Invesco QQQ Trust’와 ‘iShares iBoxx USD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는 각각 8414만달러, 8341만달러어치 팔리며 순매수액 5, 6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Invesco QQQ Trust’ 역시 미국에 상장된 빅테크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iShares iBoxx USD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는 블랙록과 제너럴일렉트릭, 미국 맥주 제조사 앤하이저부시, 미국 헬스케어 업체인 CVS케어마크, 골드만삭스 등에 투자한다.

서학개미 순매수액 7위에 오른 종목도 ETF였다. ‘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 ETF’를 총 7627만달러 순매수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한 달 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자료=한국예탁결제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ETF 투자는 이미 올 상반기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예탁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서학개미 순매수액이 상위 종목 20개 중 5개가 ETF였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상위 20개 종목 중 2개만이 ETF였으며,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뤘다.

올 들어 계속돼온 서학개미의 ‘ETF 사랑’이 최근 들어 한층 더 강해진 것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분산 투자를 선호하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 간 미국 뉴욕 증시는 테이퍼링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 우려 속에서 급등락을 거듭했다. 이달 7일 1만5676.76까지 올랐던 나스닥지수는 20일 1만5012.19까지 떨어졌다. 9거래일 만에 4% 넘게 하락한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같은 기간 3.6%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2% 내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ETF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수익률이 특정 자산이나 지수에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종목에 직접 투자할 때보다 손실률이 비교적 낮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ETF는 펀드에 비해 운용 보수가 저렴해 장기 투자하기 좋으며,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며 “펀드보다 현금화가 빠르다는 것도 ETF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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