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헬스펀드 사기 사건 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신경전 예고

손구민 기자 2021. 9. 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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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측과 이달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사기 사건’ 수사의 주체를 두고 신경전을 예고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두 기관이 각자의 수사 영역을 침범할 수 있는 중첩 수사 사례가 발생한 것이라 협의 과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26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양수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대표로부터 하나은행 등을 펀드 사기(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경찰은 이달 9일 고발장을 받았다.

올해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197조의4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동일한 사건(범죄사실)을 수사하게 되는 상황(중첩 수사)이 생기면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요구에 무조건 응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두 기관 모두 직접수사권이 있는 사건에 대해 교통정리를 하라는 취지다.

이 조항대로라면 검찰이 경찰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고발 사건을 송치받으면 된다. 그러나 피해자연대가 새로운 혐의를 추가로 고발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새로 추가된 혐의를 별개의 사건으로 보면 경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하나은행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을 거쳐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가 2019년 말 환매중단되면서 불거졌다. 하나은행은 2017~2019년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1500억원가량 판매했다. 피해자연대 측은 하나은행이 5% 확정금리 및 조기상환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펀드가 회수 불가능한 수준의 부실한 채권을 기반으로 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검찰에 하나은행과 자산운용사 7곳, 증권사 3곳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가 별다른 진행 경과를 보이지 않자, 이들은 경찰에 사건을 ‘재고발’ 했다.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새로 추가된 혐의는 증권사들의 사기 혐의다. 피해자연대는 증권사들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담보를 설정해 놓았으면서도 투자자들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혐의는 하나은행이 한 행위이고, 추가된 혐의는 증권사가 한 행위라는 점에서 별개의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사기’라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포함될 수도 있다.

검찰과 경찰은 “법리에 따라 사건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물밑에선 미묘한 신경전이 예고된다. 검찰은 최근 참고인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는 수사를 시작한 이상 사건 일부라도 경찰에 넘겨줄 뚜렷한 이유가 없다. 반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경찰의 금융수사 역량을 검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만큼 존재감을 보이겠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구민 기자 km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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