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평화시계 다시 돌아가나..靑, 김여정 담화에 "일관되게 최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촉진자 역할 탄력..北 내건 조건 조율 변수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019년 북미 '하노이 노딜'로 멈춰섰던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시계'가 임기 막판 다시 움직이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미국은 물론 최대 변수로 꼽혔던 북한도 적극 응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임기 내 종전선언,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렵게 찾아온 평화무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5일 밤늦게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나는 경색된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역시 그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만 선결된다면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이 서로 간 건설적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건을 내걸기는 했지만 김 부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확실한 응답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과 발전을 위해 일관되게 최선을 다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은 면밀히 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남북관계에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화답 차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4일 새벽 문 대통령이 귀국(23일)한 지 9시간 만에 리태성 외무성 부상 명의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이 해당 담화가 나온 지 7시간 만에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톤을 바꿨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이 적대적이지 않다면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7시간 만에 북측 입장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청와대는 당일 두 건의 담화 모두 북측이 관계 개선을 원하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일(24일) YTN '더뉴스' 인터뷰에서 두 담화에 대해 "간극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모두 종전선언에 의미를 부여한 점에 주목했다. 25일 김 부부장의 담화는 이런 해석에 완전히 힘을 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두혈통인 김 부부장의 담화가 두 차례나 나오고 특히 문 대통령의 제안에 확실한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은 친서와 같은 '보이지 않는 외교'가 깊숙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박 수석은 YTN 인터뷰 당시 '이 시기에도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이 가동된 부분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하여튼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척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고 한미 간 그런 정보를 항상 공유해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서로를 향한 꾸준한 '비대면 메시지'가 다시금 신뢰를 쌓아올렸다는 평도 나온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사태로 미국과의 접촉을 삼갔고 뒤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제사회와의 빗장을 내걸었다. 이에 직접적 접촉이 쉽지 않아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번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메시지는 물론 북측과 친서를 꾸준히 주고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미국도 북측과 물밑 소통창구를 열어놓은 가운데 이번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논의에 열려있다"면서 응답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와 북미 촉진자 역할은 이로써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됐다. 청와대는 유엔총회 이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에 대한 후속조치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김정은 위원장이 초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때를 종전선언일, 문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남북정상회담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 계기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1호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을 당시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신중한 기대감을 비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을 포함해) 앞으로 남북회담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저도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좀 더 진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게 정부가 해야 될 책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방중을 한다면 남북정상회담이 그곳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겠다'는 물음에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26일) 오전 방송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도 박 수석은 문 대통령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수는 김 부부장이 내건 조건을 미국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김 부부장은 이틀에 걸친 담화에서 종전선언에 앞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 철회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이 언급한 선결 조건에 대해 대북 제재 완화, 한미연합군사훈련 및 군비경쟁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이를 위해선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종전선언의 경우,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실무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대북정책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 임기가 8개월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김 부부장이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면서 도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은 점 등이 우리 정부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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