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 칼 빼든 오세훈..시행까지는 '첩첩산중'
마을공동체·태양광·사회적기업 등 대수술 예고
조례·지침 등 사업 철회 발목..시의회 반발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추진된 민간보조금·위탁금 사업에 칼을 빼들었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명목으로 내세워 지난 10년간 관련 단체에 지원했던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사업 통폐합이나 시 산하기관으로 운용주체를 바꾸는 방법 등을 통해 대수술 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것. 다만 관련 시민단체나 시의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기존 조례나 지침상 한계가 명확해 사실상 허울뿐인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오 시장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워 시 자체적으로 또는 자치구를 통해 시민단체 등에 지원한 민간보조금·위탁금을 중단하거나 전면 재정비할 것을 밝힌 바 있다. 관련 사업은 마을·협치·도시재생·주민자치·청년·도시농업·에너지 분야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다. 세부 정책으로는 마을공동체 사업·태양광사업·사회적 기업 등이다.
민간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시작한 민간위탁 사업이 시민단체를 보조금 형태로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연결고리가 돼 ‘시민단체의 지원 피라미드’로 형태로 변질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즉 시민단체 중간 조직 신설 등을 통한 과도한 중복 지원이나 특정 단체로 쪼개기 수의계약, 공공에 비해 떨어지는 사업의 질, 낮은 수익성에도 감사 회피 등의 방법으로 예산이 방만하게 사용됐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시민단체 등에 흘러갔던 예산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1조원으로 발표했지만, 이미 완료됐거나 기존 프로젝트서 파생된 사업을 따지면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시농업과 같은 사업 모델은 서울시 차원에서 소진되지 않고 각 주요 지방 거점마다 시 예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지시로 서울시는 즉각 제도 개선에 착수했지만 당장 시정 조치를 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이미 설정된 조례나 지침, 협약서 등의 규정을 바꾸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민간위탁 사업을 시 산하 기관으로 운용 주체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만, 수익성이 부실한 수탁 기관이나 기업을 다른 기관이나 단체로 돌리는 것에 대한 적지 않은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시 감사과 출신의 한 관계자는 “표준관리 지침상 시로부터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업이나 단체는 특정감사를 유예받기 때문에 수익성이 전혀 없고, 부실한 기업도 수십 년째 위탁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다른 기업으로 교체한다고 해도 ‘고용승계 비율 80%’ 규정이 발목을 잡는데다 해당 사업은 이미 문어발식으로 관련 시민단체 인사들이 장악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 직원만 해도 1만명이 넘는데 민간 위탁업체 선정에서부터 지도·감독을 전담하는 위원회 수장이나 관련 사업 임시직 직원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며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있어 지난 10년간의 세월을 되돌리기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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