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먹는 임신중단약' 제약에도 시동

김윤나영 기자 2021. 9. 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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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장 흔한 먹는 임신중단약인 미소프로스톨이 지난 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보건소에 놓여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신 10주 차까지 이 약의 사용을 허용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먹는 임신중단약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임신 10주 차까지 허용된 먹는 약 처방 가능 기한을 7주로 제약해 인권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17일 먹는 임신중단약 처방 가능 기한을 임신 7주차로 제한하고, 임신중단약의 원격 처방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지난 8월 민주당의 반대 속에 텍사스 주의회를 통과해 오는 12월2일부터 시행된다. AP통신은 “텍사스주의 법안은 반세기 동안 미국에서 가장 큰 임신중단 금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약물을 통한 방법은 전체 임신중단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에서 흔하다. 이 방식은 미페프리스톤이라는 성분의 알약을 복용하고 24~48시간 후에 미소프로스톨을 먹는 것으로 구성된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프로게스테론을 차단하고, 미소프로스톨은 출혈을 유도해 자궁을 비우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2000년부터 미페프리스톤을 임신 10주 차까지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95% 넘는 확률로 임신을 중단시키고, 심각한 합병증은 0.4%에 그치는 안전한 임신중단 방법으로서 약물 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FDA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370만명이 임신중단약을 복용했고, 그중 24명만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 약을 복용하려면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 미국 33개 주에서는 의사만 처방할 수 있고, 17개 주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만이 처방할 수 있다. 19개 주에서는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복용하도록 해 원격 처방을 금지했다. 그런데 FDA는 지난해 7월부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이 약을 우편으로 배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이에 맞서 공화당은 약물 요법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하고 있다. 아칸소, 애리조나, 몬태나, 오클라호마, 텍사스의 공화당 주지사는 올해 임신중단약의 원격 처방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인디애나와 몬태나에서는 임신 10주 이후 약 처방을 금지하고, 텍사스에서는 7주 이후 약 처방을 금지했다. 새 법안을 두고 몬태나와 오클라호마에서는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법원이 최종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임신중단약을 원격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인권단체들은 먹는 약은 클리닉을 찾아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가난한 여성들에게 거의 유일한 임신중절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빅스비 글로벌 생식건강센터는 미국 전역에 최소 27곳의 ‘임신중절 사막’이 있다고 했다. 임신중절 사막이란 여성이 클리닉을 찾으려면 최소 160㎞ 이상을 여행해야 하는 지역을 뜻한다. 미시시피, 미주리,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주 전체를 통틀어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클리닉은 단 한 곳뿐이다.

AP통신은 7개의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이 있는 몬태나주에서는 임신중단 금지 조치가 가장 가까운 클리닉까지 차로 5시간 이상 거리에 사는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텍사스트리뷴도 텍사스주의 임신중단 금지법이 저소득층과 비백인에게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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