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대혁신 여정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출발"
(시사저널=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경남 창원의 시내버스는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수익성 높은 노선 중심의 요금 경쟁이 벌어졌고, 공동배차제로 노선에 대한 버스회사의 운영 책임감도 낮았다. 불친절한 시내버스를 시민들이 외면하면서 수익성조차 떨어졌다. 급기야 창원시에서 재정지원을 늘렸지만, 서비스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운영체계였다. 급하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던 창원시가 찾은 해답은 '준공영제'였다.
"준공영제 시행 전의 시내버스 하면 떠오르는 핵심 단어가 불친절·무정차·불만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준공영제 후의 시내버스는 친절·안전·정시성의 대명사가 될 것입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초지일관 밀어붙였던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마침내 결실을 거둔 겁니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은 9월14일 창원시청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허성무표 창원형 준공영제'는 시민의 입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창원시는 앞서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5대 광역시를 벤치마킹했다. 또 준공영제 연구용역을 통해 좋은 점을 수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했다. 특히 불친절한 시내버스의 원인이던 공동배차제를 개별노선제로 전환했고, 버스회사의 도덕적 해이 차단에 심혈을 기울였다.
흔히 버스 운영체계는 민영제와 공영제, 준공영제로 나뉜다. 이 중 준공영제는 대중교통에 공개념이 더해진 것이다. 관리 방법에 따라 다시 노선관리형, 수입금공동관리형, 위탁관리형으로 구분되는데, 창원시를 비롯한 준공영제 시행 도시들은 대체로 수입금공동관리형을 채택하고 있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노선 조정과 재정지원, 경영·서비스를 평가한다. 버스회사는 운행·종사자와 차량 관리를 전담한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지자체가 버스회사의 적정 수입을 보장하고, 적자를 보전해 준다. 반면 노선 변경과 증차 때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게 돼 운수 종사자들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고, 고용불안이 해소된다. 고용안정에 따라 사고 발생이 감소하고, 서비스도 개선된다. 현재 울산을 제외한 광역시와 특별시, 제주도가 이를 시행 중이다.

소송 등 우여곡절 겪으며 896일 만에 도입
사실 허 시장은 후보 시절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약속했다. 당시 시내버스 노조 지부장들과 정책협약을 맺고, 준공영제 도입을 약속했다. 시민 편의뿐 아니라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도입 이유로 내세웠으며, 당선 이후 대중교통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추진해 왔다. 전임 시장부터 추진해온 시내버스 개편의 시행착오와 허 시장의 선거 교통공약이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준공영제를 추진한 것이다.
창원시가 제도를 기획했다고 버스회사가 곧장 이를 수용한 건 아니다. 허 시장은 "896일간 치열한 준비 과정을 거쳐 시행하게 됐다"며 이번 준공영제 도입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2019년 3월 준공영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준공영제 시행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이듬해 1월 전체 노선을 통합해 운행적자를 보전하는 통합산정제를 시행해 재정지원의 합리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통합산정제에 대한 버스회사의 반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고, 지난해 7월 시내버스 파업 사태를 겪었습니다."
지난해 1월 창원시가 재정지원 체계를 개선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준공영제 시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통합산정제를 실시했는데, 버스회사가 이에 반발하며 논의에 불참해 버린 것이다. 이 탓에 준공영제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2월27일 9차 회의를 끝으로 결렬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버스회사로부터 통합산정제 취소 소송을 3건 당했다. 창원시와 버스회사 양측은 준공영제 시행을 위한 파트너가 아니라 소송 당사자로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파업에 이르렀다.
하지만 파업을 계기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됐고, 오히려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척됐다. 창원시는 노사정 담당자들로 준공영제 추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28차례 협의를 거쳤다. 그 결실은 올해 7월26일 9개 버스회사의 노사 대표가 참여해 준공영제 시행협약을 체결하면서 마무리됐다.
창원시와 버스회사가 합의점을 찾았지만,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았다. 앞서 준공영제를 도입 중인 도시에서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데도 깨진 독에 물 붓듯이 매년 재정지원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버스업체는 보조금으로 근무하지 않는 대표이사 특수관계자 등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비윤리적인 운영이 잇따랐다. 무엇보다도 준공영제 시행 기간도 불명확한 데다 버스업체의 부정행위에 대한 처분 규정도 미비했다.

공공성·투명성·효율성·서비스 개선 대명사
허 시장은 "당장 실행 방안을 내놔야 하는 셈인데, 창원시는 '창원형'의 대명사인 공공성과 투명성, 효율성, 서비스 개선 등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버스 노선과 운영 관리, 감독 권한을 갖는다. 노선조정권을 창원시가 가진 덕분에 시민 편의 위주로 노선 조정이 가능해졌다. 협약 주기도 5년으로 명확히 정했다. 시민평가단을 구성해 상시 시내버스를 감독하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수입금을 공동관리계좌에서 관리한다. 현재 연간 운송 수입금은 약 1100억원이다. 현금 수입금 관리방식은 개별 수납에서 권역별 공동 수납으로 개선했다.
"준공영제 시행 이전 800억원에 이르는 버스회사의 부채 책임을 명확히 했고, 재정지원금 부당 수급 등 부정행위 업체는 퇴출합니다. 대표이사 연간 급여를 공공기관 임원 수준인 9500만원으로 한정하고, 이마저도 3년간 동결했습니다."
버스회사의 효율성도 강화했다. 창원시는 버스통합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one-stop 운행·정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버스기사 퇴직급여도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전환했다. 특히 서비스 평가를 도입했다. 서비스가 더 좋은 사업자가 더 많은 이윤을 갖게 한 것이다. 하지만 삼진아웃제를 시행해 법적 의무를 1년에 3번 이상 위반한 버스기사를 퇴출한다.
창원시는 노선별로 전담 운행업체를 지정해 관리하는 개별노선제를 채택했다. 각 노선을 버스업체 중심의 공동배차에서 1개사 1노선 전담을 원칙으로 전환한 것이다. 우선 13개 주요 노선(간선 4, 좌석 3, 지선6)의 배차간격을 완화해 버스기사의 업무 강도를 줄이고, 휴게시간을 보장해 시민들에게 좀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허 시장은 "대중교통 대혁신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타고 싶은 시내버스'를 만드는 게 최우선 단기 목표라고 귀띔했다. 그리고 '허성무표 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그 목표를 조만간 이루겠다고 확신했다. 허 시장의 3년 뒤 꿈은 '자가용보다 편리한 시내버스'를 만드는 것이다. 노선 전면 개편과 S-BRT 개통을 염두에 두고 있다. 허 시장은 "준공영제를 시작으로 창원시를 전국 최고의 대중교통을 갖춘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9월1일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창원의 대중교통 대혁신에 첫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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