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 멍완저우'..미·중 갈등 하나는 풀었는데, 2호도 있을까

박가영 기자, 황시영 기자 입력 2021. 9. 26. 15: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석방돼 고국으로 돌아왔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지 2년9개월 만이다. 미중 갈등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멍 부회장이 풀려나면서 경색된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대중 정책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어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4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자택을 나서는 모습/사진=AFP

26일 중국 중앙(CC)TV,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멍 부회장은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하면서 지난 24일(현지시간) 전격 석방됐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공개된 합의 내용에는 미 법무부가 내년 12월까지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연기하고, 특정 조건들을 이행할 경우 2022년 12월 사건을 기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로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됐다.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가 이유였다. 미국 검찰은 멍 부회장이 미국의 제재 대상국인 이란과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HSBC 은행을 속이고 금융 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했다. 이후 미 검찰은 캐나다로부터 멍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를 추진했으나, 부회장 측이 이를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고 밴쿠버 자택에 머무르는 조건으로 보석 허가를 받았다.

미 법무부는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그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하는 기소 연기 합의(DPA)에 도달했다. 합의에 따라 멍 부회장은 화상 방식으로 법정에 출석해 화웨이의 이란 사업에 관해 HSBC 은행에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멍 부회장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기소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멍 부회장의 석방을 두고 미중 관계 정상화의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멍 부회장의 체포와 가택연금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 전쟁으로 시작해 다방면으로 확전된 양국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 법무부와 멍 부회장의 이번 합의가 고조된 미중 갈등 국면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관계의 주요 갈등 요소가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있으며 양국 간 대결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25일(현지시간) 중국 시민들이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서 멍완저우 부회장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다./사진=AFP

미중 관계의 큰 걸림돌이 사라졌지만 양국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미 우드로윌슨센터 산하 키신저미중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중 간 불신이 깊어 이번 석방 자체가 미중 관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승리'를 주장해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멍 부회장의 귀국이 미국을 상대로 한 중국 외교의 승리라고 자평하며 치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현지 주요 매체들도 멍 부회장의 귀국을 대서특필하며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CCTV는 "멍 부회장의 귀국은 중국 공산당이 말한 것은 지킨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미국 패권에 반대하는 중국 인민들의 위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덤 시걸 미국외교협회 위원도 SCMP에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석방과 별도로 미국은 화웨이를 계속 제재할 것이며 특히 양국 간 기술 분야 불신도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캐나다의 '인질 맞교환' 방식으로 멍 부회장이 풀려난 데 대해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2018년 멍 부회장이 체포된 지 9일 만에 캐나다 국적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이에 '인질 외교'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멍 부회장 석방되자마자 두 명의 마이클이 풀려나면서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리넷 옹 토론토대 정치학부 교수는 AFP에 "중국은 그동안 이것이 인질 외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멍 부회장과 캐나다인 2명의 석방으로) 인질 교환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며 "이는 중국에 인질 외교가 효과 있다는 잘못된 교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광역버스에 대변 보고 내린 중년 남성... 기사 "아직도 헛구역질"'화천대유 퇴직금 50억 논란' 곽상도 아들 "난 오징어게임 속 '말'이었다"딸 생일에 '잔고 571원' 아빠에 피자 보낸 사장…돈쭐 맞은 후 근황"속옷 안 입어요"…모델 신재은이 밝힌 '노출 원피스' 착용 꿀팁여자화장실 안 '라이터' 알고보니 '카메라'…불법촬영 수백건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