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세르비아인이 방화 공격"..발칸반도 긴장 고조

김윤나영 기자 2021. 9. 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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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소보 경찰의 장갑차들이 24일(현지시간) 북부 세르비아 근처 국경 브르냐크에 출동했다.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소수민족들은 코소보 당국이 세르비아 번호판을 단 차량의 입국을 막자 항의시위를 열고 있다. 브르냐크|AP연합뉴스


발칸반도의 앙숙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댄 코소보 공공기관 건물이 화재로 전소되면서다. 코소보는 공격 배후로 세르비아인을 지목했지만, 세르비아는 지방선거를 앞둔 코소보 정부가 일부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맞섰다.

코소보 매체 코제브는 25일(현지시간) 세르비아 국경지대의 주빈 포토크시에 있던 내무부 관할 건물인 차량 등록사무소 두 곳이 원인 모를 화재로 전소됐다고 보도했다. 코소보 당국은 이 건물 근처에서 불발 수류탄 두 개도 발견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주빈 포토크시 당국은 설비 노후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으나, 코소보 정부는 공격 배후로 세르비아를 지목했다.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이날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세르비아 방화범에 의한 화재”라면서 “세르비아가 심각한 국제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가 허위 사실을 주장하며 “범죄행위”를 했다고 맞섰다.

이번 사태는 코소보가 세르비아 번호판을 단 차량의 통행을 제한한 지 6일 만에 발생했다. 코소보는 지난 20일부터 국경지대에 무장 특수경찰을 배치하고, 세르비아 차량이 국경을 넘어올 때 세르비아 번호판을 떼고 자국의 임시 번호판을 달도록 했다. 세르비아 차량은 코소보에 머무는 동안 5유로를 내고 임시 번호판을 달았다가 돌아갈 때 원래 번호판을 되돌려받도록 했다.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들은 이 조치가 굴욕적이라면서 트럭 등으로 국경 검문소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6일째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

코소보 정부는 세르비아가 수년 전부터 시행하는 조치를 그대로 되돌려주고 있다고 맞섰다. 세르비아는 코소보 차량이 자국 국경을 넘을 때는 5유로를 내고 임시 번호판을 달도록 해왔다. 세르비아가 코소보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 대응을 한 것이다.

세르비아는 코소보 정부가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러 갈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의 페타르 페트코비치 코소보 및 메토히야 자치주 국장은 “쿠르티 총리가 다가오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코소보에서 심각한 사건을 도발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RTS 방송이 전했다.

이번 사태로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코소보 정부는 국경지대에 특수경찰과 군대 수를 늘렸고, 세르비아 정부도 이날 군용기를 국경지대에 출격시켰다. 세르비아는 지난 24일에도 군 헬리콥터를 국경지대에 파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양국에 자제를 당부했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지역에서 이동의 자유를 증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즉각적이고 지체 없는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은 “양국 모두 일방적인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코소보는 1990년대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가 수천명이 사망하는 내전을 겪었다. 이후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세르비아의 한 자치주로 간주하고 코소보와의 국경도 임시 선으로 여긴다. 미국 서유럽은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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