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카펫, 장미, 펼침막..멍완저우 귀국 장면, 1억명이 지켜봤다

정인환 2021. 9. 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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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1028일 만에 귀국
관영매체 "외교적 승리" 강조하며 대대적 보도
'붉은색' 일색 공항.."강대한 조국이 자유 보장"
간첩죄 구금 캐나다인 2명, 맞교환 형태로 귀국
캐나다에서 가택연금됐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년9개월여 만인 25일 밤 선전 바오안 공항에 도착해 환영 인파를 향해 팔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하고 있다. 선전/신화 연합뉴스

“조국이여, 마침내 돌아왔습니다.”

캐나다에서 2년9개월간 가택연금 상태로 법정 다툼을 벌여온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2년9개월여 만에 풀려나 귀국했다. 관영매체들이 ‘외교적 승리’라며 일제히 속보를 쏟아내면서, 중국에서 애국주의 열풍이 번지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25일 멍완저우 부회장 석방 소식을 긴급 타전한 뒤 캐나다 출국 시점부터 그가 탄 전세기가 중국 영공에 진입할 때까지 모든 상황을 실시간 속보로 전했다. 특히 멍 부회장이 기내에서 “곧 위대한 어머니 조국의 품으로 돌아간다. 강대한 조국이 없었다면 오늘 내 자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온라인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오전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뉴스 검색 순위 상위 15건 가운데 5건이 관련 소식으로 채워졌다.

대대적인 ‘상징 조작’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생중계한 현장 화면을 보면, 이날 밤 화웨이의 본사가 있는 선전의 바오안 공항에 도착한 멍 부회장은 붉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그가 국빈이 출입국할 때처럼 붉은색 카펫이 깔린 트랩을 내려서자 방호복을 입은 이들이 붉은색 장미꽃 다발을 전달했다. 이어 붉은색 카펫을 따라 미리 설치된 마이크 앞에 섰다. “멍완저우 여사의 귀국을 환영한다”는 글귀를 쓴 붉은색 펼침막을 들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화웨이 관계자로 보이는 수십명이 환호성을 울렸다. 멍 부회장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오성홍기가 있는 곳에 신념의 등대가 있다. 신념에 색이 있다면 분명 ‘중국의 붉은색’일 것”이라고 말했다. 환영 인파는 “오성홍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승리의 노랫소리가 얼마나 우렁찬가”로 시작되는 ‘조국을 노래하다’(가창조국)를 목청껏 불렀다. 각종 관영매체를 통해 약 1억명이 그의 공항 도착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국가는 역량이 있고, 민중은 의지할 데가 있다. 정부의 끈질긴 노력과 수억명 조국 동포의 염원 속에 멍완저우가 1028일 만에 귀가했다”며 “멍완저우가 마침내 평화롭게 귀국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라 불리는 국가가 그의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환승 도중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에 따른 미국의 송환 요청에 따라 체포됐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가택연금 상태로 미국 송환 여부에 대한 재판을 받아왔다. 멍 부회장은 24일 미 법무부 쪽과 이란 제재 관련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기소를 연기하는 데 전격 합의한 직후, 중국 정부가 보낸 전세기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멍완저우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중국 공민을 겨냥한 정치적 박해이자,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탄압이란 점이 이미 사실로 입증됐다. 멍완저우 여사에 대한 사기 혐의는 날조이며, 미국과 캐나다의 행태는 전형적인 자의적 구금 조처”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평론에서 “중국 인민이 중대한 승리를 거뒀다”며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억압하거나 예속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는 동안 멍 부회장 체포 직후 중국에서 체포돼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마이클 스페이버, 마이클 코브리그 등 캐나다인 2명도 석방돼 귀국길에 올랐다. 이는 멍 부회장의 석방이 일종의 ‘포로 교환’ 형태로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가택연금 상태였던 멍 부회장과 달리 중국 교도소에 수감됐던 두 사람이 25일 새벽 캘거리 공항에 도착하자,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직접 나와 반겼다. <글로브 앤드 메일> 등 현지 매체는 “중국 정부는 이들과 멍 부회장 사건의 관련성을 부인해왔지만, 명백한 ‘보복 조치’였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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